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8·15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로 결정됐다. 사면 가능성이 거론됐던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정치인은 사면대상에서 모두 제외됐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경제인 4명을 비롯해 노사관계자, 중소기업·소상공인 등 서민생계형 형사범, 특별배려 수형자 등 1,693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15일자로 단행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광복절 특사를 통해 취임 뒤 처음으로 사면권을 행사했다.
사면 여부를 두고 가장 관심을 끌었던 이재용 부회장은 복권(復權)된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에서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징역 2년 6월 판결이 확정된 뒤 지난해 8월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그는 지난달 29일 형 집행이 종료됐지만, 유죄 판결에 따른 5년간의 취업제한은 남아 있었는데, 이날 사면으로 경영 활동의 걸림돌이 모두 사라졌다. 부당합병과 분식회계 의혹으로 법정에 출석해 있던 이 부회장은 사면 소식을 들은 뒤 "국가경제를 위해 열심히 뛰겠다. 감사하다"고 밝혔다.
형 집행유예 중인 신동빈 회장과 강덕수 전 STX 회장은 선고 효력을 없애는 특별사면과 취업 길이 열리는 복권이 모두 결정됐다. 신 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2019년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받았다. 강 전 회장도 계열사 부당지원 등으로 지난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확정 판결을 받았다. 2018년 가석방된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도 복권 대상자가 됐다. 그는 거액의 회삿돈으로 상습 해외도박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2016년 징역 3년 6월 확정 판결을 받았다.
한동훈 장관은 2017년 국정농단 수사팀과 2015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시절 이재용 부회장과 장세주 회장을 구속수사했다. 검사 시절 잡아넣은 대기업 오너들이 법무부 장관 때 특별사면된 셈이다.
정부는 이날 이 부회장 등 경제인들에 대한 특사 명분으로 경제 위기 극복을 꼽았다. 한동훈 장관은 "적극적 기술투자와 고용창출로 국가의 성장동력을 주도하는 주요 경제인 사면으로 경제위기 극복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것"이라 설명했다. 윤 대통령 역시 오전 출근길에 "민생과 경제 회복에 중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날 사면 대상에 조상수 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위원장과 허권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 등 노사범죄 사범 8명도 포함시켰다.
이명박 전 대통령 등 주요 정치인들은 사면 대상에서 제외됐다. 건강 악화를 이유로 6월 가석방된 이 전 대통령은 당초 사면이 유력시됐지만, 윤석열 정부의 낮은 지지율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과 함께 '패키지' 사면 대상으로 꼽혔던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수감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한 장관은 정치인을 제외한 것을 두고 "시급하고 중요한 현안이 민생경제임을 고려한 것"이라 말했다.
정부는 경제인 외에도 운전면허 행정제재 특별감면 대상자(59만2,037명)를 포함, 건설업과 자가용화물차·여객운송업, 공인중개업, 생계형 어업인 어업면허 행정제재자 등 총 59만3,509명을 특별감면한다고 밝혔다. 모범수 649명도 가석방 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