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칩4' 뇌관 안고 방중... "中 우려 해소 위해 설명할 것"

입력
2022.08.0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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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칭다오서 中 왕이 부장과 회담
"K콘텐츠 중국에 소개되도록 협의"

8일 중국 방문을 위해 출국길에 오른 박진 외교부 장관의 어깨가 무겁다. 정부가 '칩4'(한국·미국·일본·대만)로 불리는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대화' 예비회의에 참석키로 결정하면서다. 중국은 칩4 구상에 대해 '중국 견제용'이라고 반발해왔다. 칩4가 중국을 배제하는 협의체가 아니라고 납득시켜야 하는 과제가 주어진 셈이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미중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은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박 장관은 이날 출국 전 기자들과 만나 칩4와 관련해 "특정 국가를 배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여러 문제들을 중국과 논의·협의하고, 우려가 있다면 해소할 수 있게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2박 3일 일정으로 중국을 찾는 박 장관은 9일 칭다오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갖는다.

회담 테이블에는 칩4가 첫 번째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칩4 동참을 요구할 예비회의가 당장 다음 달 초 개최가 유력한 탓이다. 미국은 칩4의 세부 협력 분야로 △인력 양성 △연구개발(R&D) 협력 △공급망 다변화 등을 검토하고 있다. 칩4가 가동될 경우, 참여국들은 국제사회에서 대만을 정식 국가로 인정하는 모양새가 된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고 있는 중국이 민감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박 장관은 국익에 근거해 우리 정부 입장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 칩4 예비회의 참여와 관련해 "정부 각 부처가 그 문제에 대해 철저하게 국익 관점에서 세심하게 살피고 있다"고 했다. 앞서 지난달 외교부의 업무보고에서는 박 장관에게 "중국이 오해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외교를 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를 감안해, 외교부는 칩4 명칭에 대해서도 "확장성 여부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4로 가두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반도체 공급망 대화'로 불러달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중국이 우리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관련 3불(사드 추가배치·미국 미사일방어체계 참여·한미일 3각 군사동맹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북핵 문제도 회담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중국은 "2017년 한국이 사드 3불을 약속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우리 정부는 "우리 입장을 설명한 것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 장관은 사드 3불과 관련해 "우리 안보 주권에 관한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한한령(중국 내 한류 금지령) 해제를 요구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양국 젊은 세대 간 소통과 교류를 증진하는 방안을 논의하겠다" "케이(K)팝과 영화, 드라마, 그리고 게임 등 문화 콘텐츠가 폭넓게 중국에 소개될 수 있도록 협의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중국은 2016년 사드 배치와 관련한 보복 차원에서 한한령을 시행했다. 그러면서도 "중국 내 한한령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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