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범과 강도범 환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사설 친위부대로 악명이 높은 용병기업 '바그너'의 용병 선발 기준이다. 바그너는 최근 러시아 감옥을 돌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내보낼 흉악범들을 모집하고 있다. 공격적이고 잔인한 범죄 성향이 전력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올해 2월 이후 러시아 병사 7만5,000명이 사망하거나 다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병력 손실 보충을 위해 러시아군은 바그너가 공급하는 용병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다. 전쟁의 실태가 앞으로 훨씬 더 잔혹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7일(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래프는 러시아 매체를 인용해 "바그너가 러시아 전역의 17개 교도소에서 죄수 1,000명을 설득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시키기로 했다"며 "푸틴 대통령의 이름으로 사면하고 20만 루블(약 426만 원)의 고액 월급을 지급하는 것이 조건"이라고 보도했다. 용병으로 뽑히면 감옥에서 기초 훈련을 받은 뒤 격전지인 돈바스 전선으로 파병된다.
바그너는 살인과 강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수감자들에게 가장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있다. '인간 흉기'를 뽑겠다는 것이다. 흉악범 중에서도 마약범이나 강간범은 우선 순위가 아니라고 한다.
다만 바그너와 흉악범들의 약속이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러시아에선 민간 용병기업 설립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어서 바그너는 공식 문서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단체다. 러시아 야당은 "용병 모집에 응하는 건 죄수들이 감옥에서 벗어나는 현실적인 방법이 아니다”라면서 “러시아 용병기업이 한 모든 약속은 법적으로 이행 불가능하며 신뢰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바그너는 전쟁 초기부터 우크라이나 최전선에서 활약했다. 러시아 독립언론인 노바야 가제타는 “바그너 용병들은 10년 전 시리아 전쟁 때부터 러시아군과 협력했고, 이번 전쟁을 치르면서 협력의 강도가 높아졌다”며 “바그너 용병과 러시아 정규군을 구분하긴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히틀러가 사랑한 음악가 리하르트 바그너의 이름을 따 2014년 창설된 바그너는 푸틴 대통령이 아프리카, 중동 등에서 벌이는 비밀 임무를 도맡아왔다.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올리가르히(러시아 신흥 재벌 특권층)' 출신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이끌고 있다. 러시아군의 지휘계통을 따르지 않고, 프리고진을 통해 푸틴 대통령의 명령을 직접 수행한다.
바그너가 작전 과정에서 잔혹한 행위를 서슴지 않아 국제적 지탄을 받아왔다. 유엔은 최근 보고서에서 바그너 용병이 서아프리카 말리에서 민간인 30여 명을 산 채로 불태워 죽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