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가 대구 수돗물에서 조류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뒤 논란이 커지자 환경부가 직접 조사에 착수해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환경부는 환경단체의 분석 때보다 녹조가 더 심할 때 더욱 정확한 분석법을 활용했다며 조사의 신뢰성을 높이려 하는 모습이 역력했지만, 녹조 해소에 대해서는 가뭄 때문에 어렵다며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8일 환경부에 따르면 국립환경과학원 낙동강물환경연구소가 지난 2일 대구·부산·경남지역 정수장 5곳(문산·매곡·화명·덕산·함안칠서)의 수돗물을 분석했지만 마이크로시스틴은 미검출됐다. 279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마이크로시스틴은 조류 발생을 일으키는 남조류 '마이크로시스티스' 세포 속에 있는 독소다. 간 손상과 복통·구토·설사 등을 유발한다.
환경부는 의혹과 불안감 해소를 위해 이번 조사에서 두 가지 분석법을 사용했다고 강조했다. 기존에는 환경부 고시에 따라 LC-MS/MS법으로만 분석을 했는데, 마이크로시스틴 검출을 주장한 환경단체의 분석법인 ELISA법도 활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LC-MS/MS법은 정확한 반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ELISA법은 신속한 대신 정확도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날 브리핑에서 환경부 관계자는 "환경단체 조사 때보다 녹조가 심할 때 분석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수돗물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철저히 대응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문제가 없게끔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취수구 인근에 조류 차단막을 설치해 정수장 조류 유입을 최소화하고 분말활성탄 투입, 고도 정수처리 적정 운영 등을 하고 있다"면서 "녹조 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지방상수도 정수장에 대한 모니터링, 감독 및 기술지원을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가뭄으로 인해 저수량이 적어 강의 유속을 높이기 어렵다면서 예년보다 심각한 수준인 낙동강 유역 녹조 발생을 막기 위한 추가 보 개방 등의 대책은 내놓지 못했다. 현재 전국 29개 조류경보제 지점 중 경보(관심, 경계, 대발생)가 발령된 6곳 중 낙동강 유역이 5곳(관심 2, 경계 3)을 차지한다. 최근 5년과 비교하면 2주 정도 빠르게 조류경보 '경계'가 발령됐고, 남조류 발생량도 예년 대비 5.5배 수준으로 매우 높다.
마이크로시스틴 검출을 주장한 환경단체들도 정부가 기존 조사 방법의 신뢰성을 강조할 뿐 정작 녹조 발생 자체를 줄일 방안은 내놓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안숙희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은 "환경부의 조사가 틀렸다고 보지는 않지만, 두 가지 조사 방법 중 무엇이 나은지에 집중해 시민의 건강을 지키려는 계획을 촘촘하게 제시하지 못했다"면서 "낙동강 8개 보가 가뭄 구간과 연결되지도 않고, 본류에서 취수해 쓰는 사람도 적을 뿐더러 만약 (보 개방으로) 본류 취수를 못 해 피해 입는 농민이 있다면 임시 양수시설 마련 등으로 공급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