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 몰라도 개발자 될 수 있다? "노코드 시대, 개발력보다 기획력이 더 중요"

입력
2022.08.0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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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개발 도와주는 노코드 서비스 열풍
MS, 구글, 네이버 등 빅테크 잇따라 출시
개발자 인력난에 스타트업들 노코드 적극 활용
개발 문턱 내려가며 다양한 서비스 출시 전망


콘텐츠 개발 스타트업 대표 A씨는 지난해부터 서비스 개발자를 뽑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요 인터넷 기업들이 연봉 수준을 크게 올리면서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에 오겠다는 개발자가 없어서다. 결국 대표인 A씨까지 밤을 새고 있지만, 이 속도로는 제때 서비스를 출시할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던 중 A씨는 네이버의 노코드(no code) 서비스 '클로바 스튜디오'를 알고 무릎을 탁 쳤다. 클로바 스튜디오를 이용하면 직접 코딩하지 않고도 어렵지 않게 서비스를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A씨는 "클릭 몇 번이나 명령어 한두 문장으로 며칠을 걸려 코딩을 해야 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며 "노코드 서비스가 내놓은 결과를 검증하고 우리 프로그램에 적용할 수 있는 인력만으로 프로젝트 수행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개발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되자 중소 스타트업들이 노코드 서비스를 주목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이 코딩을 해주는 노코드 서비스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프로그램 개발의 문턱이 크게 낮아지는 상황이다. 우수한 개발자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번뜩이는 기획력과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을 갖춘 스타트업들도 노코드 서비스를 활용해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뿐 아니라 네이버, LG CNS, 업스테이지와 같은 국내 IT 기업들도 노코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수십명 개발자가 3년 걸릴 일, 노코드로 두 달 만에 완성


노코드는 말 그대로 AI의 도움을 받아 코딩 없이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뜻한다. ①이미 개발된 코드를 레고블록처럼 모듈 형태로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를 결합해 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식부터 ②AI가 인간의 자연어를 이해하고, 컴퓨터 언어로 번역해 직접 코딩을 해주는 방식까지 다양하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파워포인트나 엑셀이 문서를 쉽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처럼 노코드 서비스들은 프로그램 개발을 도와준다고 보면 된다.

스타트업 우주문방구와 뤼튼테크놀로지스의 경우 네이버의 노코드 서비스 '클로바 스튜디오'를 활용해 글쓰기를 도와주는 AI를 개발했다. 우주문방구의 웹소설 집필 플랫폼 '스토리네이션'에는 보조 작가 '토리 AI'가 등장하는데, 클로바 스튜디오를 바탕으로 개발된 AI다. 작가가 입력한 문장을 바탕으로 작품에 어울릴 만한 다채로운 표현을 추천해준다. 이를 통해 초보 작가들이 창작 과정에서 표현에 대한 고민을 덜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게 돕는다는 취지다.

사실 박 대표는 개발자 출신이 아니다. 글 쓰는 게 취미였던 그는 퇴근 후 웹소설을 써 보려고 했지만 문장을 서술하는 것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아이디어만 던지면 누가 대신 써 줄 수 없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집필을 도와주는 AI 개발에 나섰다. 박 대표는 "처음에 AI 개발을 위해 웹소설 빅데이터를 쌓고, AI를 만들 프로그래머를 뽑고, 개발한 AI를 학습시키는 데 3년을 잡았다"면서 "클로바 스튜디오를 알게 된 이후 이를 활용해 개발자 1명과 기획자 1명 총 2명이 두 달 만에 작업을 끝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뤼튼테크놀로지스는 처음부터 노코드를 염두에 두고 서비스 개발을 시작했다. 이 회사가 만든 '뤼튼 트레이닝'은 사용자가 자신의 생각을 한 편의 글로 완성시키는 것을 돕는 AI 서비스다. 사용자의 글쓰기 능력과 논리적 사고력을 키우는 것을 목적으로 개발됐다. 클로바 스튜디오가 적용된 이 AI는 사용자가 입력한 주제에 반응하여 적절한 질문을 던지거나, 참고 자료를 추천해주는 등 일종의 '글쓰기 과외 선생님' 역할을 한다.

이세영 뤼튼테크놀로지스 대표는 "해외에서 노코드 AI 모델이 나오기 시작한 것에 주목하고 국내에서도 비슷한 서비스가 나오길 기다렸다"며 "질문을 던지는 AI는 높은 기술력이 필요해 처음부터 직접 만들려면 큰 비용이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디어와 기획력만으로도 개발 가능한 시대 온다


노코드 서비스를 내놓는 기업들은 이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활용하고 있다. MS가 2015년 출시한 노코드 서비스 '파워앱스'는 기술 수준에 따라 월 5~500달러의 구독 요금을 받고 있다. 구글도 2020년 1월 노코드 스타트업 앱시트를 인수하고, 지난해 노코드 기능을 지원하는 AI 플랫폼 '버텍스 AI'를 운영하고 있다. 네이버 역시 현재는 무료로 노코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앞으로는 유료 모델로 전환할 것이라 예상된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코딩 문외한'이 노코드 서비스를 통해 완성된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준은 아니다. 아직까진 빅테크 기업의 기술을 빌려 자기만의 프로그램으로 최적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노코드 서비스가 빠르게 진화하면서 적용 범위가 보다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2024년에는 모든 앱 개발 활동의 65% 이상이 노코드나 로코드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개발자가 갖춰야 할 역량도 달라질 전망이다. 과거 수술용 칼을 드는 의사만이 외과의사였다면, 기술이 발달한 지금은 원격으로 수술 로봇을 조종하거나 의료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의사도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다. 단순한 코딩 업무는 AI가 대신하는 동안 서비스 기획이나 실행력, 마케팅 역량 등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란 지적이다.

기업용 노코드 서비스를 출시한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의 이활석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코딩 작업 자체는 거의 없지만 코딩으로 했을 때와 비슷한 프로그램을 확보할 수 있다면 프로그램 제작 효율성이 크게 올라가기 때문에 그 파급력은 무시 못 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별도 직군으로 나눠졌던 서비스 기획 같은 업무도 개발자의 역할로 편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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