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세론 속 ‘방탄용' 당헌 개정 논란

입력
2022.08.0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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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8·28 전당대회’ 초반부터 ‘이재명 대세론’이 뚜렷하다. 이 의원은 6일 강원·대구·경북, 다음 날 제주·인천에서 진행된 첫 주말 경선에서 압승했다. 이 의원의 독주가 시작된 가운데 후보 간 논쟁은 당헌 개정 문제로 옮겨붙었다. 민주당 비대위가 당헌 80조 ‘기소 시 당직 정지’ 조항의 개정 여부를 전당대회준비위에서 다루기로 하면서다. 최근 개설한 ‘당원 청원시스템’에 개정 요구가 빗발치면서 당 지도부는 당헌 개정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을 포함한 이 의원 지지층은 윤석열 정부의 '정치보복성 수사'의 칼날이 이 의원을 향할 것을 강하게 우려해왔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성남FC 후원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으로 기소될 수 있으니 보완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판단 주체를 윤리심판원에서 최고위원회로 바꿔 벽을 높이는 방안이 거론된다. 그러나 당내에서조차 ‘방탄용 개정’이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검찰공화국이 돼 가는 지금 야당 의원들의 무차별 기소가 예상된다”는 걱정은 일견 이해할 만하다. 그렇더라도 지방선거 때 이 의원의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선 출마를 두고 방탄용 지적이 나왔는데, 이젠 당대표가 된 상황을 가정해 맞춤형 당헌 개정까지 가는 건 국민 보기에 낯 뜨거운 일이다. 당권 도전에 나서며 “정치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겠다”던 이 의원의 대국민 메시지와도 어울리지 않는다. 안 그래도 국민의힘에서도 '이준석 대표 몰아내기'에 당헌 개정을 멋대로 활용한다는 '위인설법' 비판이 나오고 있지 않나.

당헌·당규를 고치며 매번 상황 논리로 간다면 신뢰는 갈수록 떨어지기 마련이다. 박원순·오거돈 전 서울·부산시장의 성 비위 문제로 생긴 지난해 4월 보궐선거에서 당헌 개정으로 무공천 원칙을 깼다가 참패한 사실을 그새 잊었는지 묻고 싶다. 대통령과 여당에 차가운 여론만 믿고 민주당이 해이해진다면 국민은 언제든지 회초리를 든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