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교육감의 파격 구상 "서울 초등생 농어촌 유학 '준의무화' 추진"

입력
2022.08.0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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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감수성 교육에 지방학교 소멸 해결할 실마리"
유학 준의무화는 '강력 권고' 수준으로 설명
최근 교권침해 빈발에 "학생인권조례 보완"

"서울의 초등학생이 한 학기 정도는 농산어촌으로 유학을 다녀올 수 있도록 준의무화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지난달 26일 서울시 종로구 집무실에서 만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농산어촌 유학'을 서울의 대표 교육정책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기후위기 시대에 학생들의 생태 감수성을 키울 수 있을 뿐 아니라 지방 소규모 학교 소멸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또한 농산어촌 유학이 조희연 3기 슬로건인 '다양성이 꽃피는 공존의 교육'을 실현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피력했다.

-왜 지금 농산어촌 유학이 필요한가.

"가속화하는 기후위기를 극복하려면 어렸을 때부터 생태의 가치를 배워야 한다. 농산어촌 유학은 학생 눈높이에 맞는 생태의 가치를 가르치고, 꾸준한 환경 보호를 실천할 수 있는 생태시민을 육성하기 위해 지난해 처음 추진했다. 올해부터 교과과정 중 30% 정도는 시도교육청이 자율과정을 도입할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코딩 교육과 함께 농산어촌 유학을 자율과정에 포함해 준의무화할 생각이다."

-유학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말이 준의무화지, 강력 권고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농산어촌 교육을 경험할 기회가 없어서 그렇지, 일단 경험한 이들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다. 처음 이 프로그램을 시행할 때 20~30명이면 대성공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첫 학기 81명으로 시작해 세 번째 학기인 올 1학기에는 223명이 신청했다. 올해 신청자 중 약 60%는 연장한 학생이다. 이 정도면 가히 폭발적인 반응이다."

-유학 프로그램 확대 방안은 어떤 게 있나.

"우선 지난해 전남하고만 진행했던 것을 올해는 전국으로 넓힐 계획이다. 전북과는 어느 정도 얘기가 됐고, 강원과 경남·북 등 네다섯 시도로 확대할 생각이다. 학생들의 선택지가 넓어질 수 있다. 또 손주들이 할아버지 고향으로 유학을 떠나 제2의 고향을 만들 수 있도록 지방 향우회에 제안했는데 큰 호응을 받았다."

-생태 감수성을 키우는 것 외에 다른 기대 효과도 있나.

"요즘 도시 아이들은 온실 속 화초처럼 크고 있다. 6개월에서 1년 정도를 시골에서 흙을 밟으며 생활하면 이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다양한 지역특화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다. 이를테면 지방에 사는 예술가와 연계해 음악, 미술, 문학 등을 배울 수 있다. 또 어촌은 해양, 산촌은 아토피 치료, 고흥 나로도의 경우 우주 특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고려 중이다. 아울러 참여 학생이 늘어나고 정책이 장기간 유지된다면 지방 소멸 문제도 새로운 차원을 맞게 될 것이다."

-프로그램의 성과는 어떤 식으로 평가할 계획인가.

"포괄적인 조사연구를 진행할 방침이다. 학생의 성장에는 어떤 효과를 미쳤는지, 도시 학생들의 유입으로 농촌 학생들은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보완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살펴보겠다."

-조희연 3기는 공존의 교육을 강조하는데, 최근 학생과 교사 간 공존이 무너져 학생인권조례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30년 동안의 민주화 과정에서 자신의 권리나 이익을 당당하게 추구하는 역량은 생겼다. 아직 부족한 건 공동체적 역량, 즉 공존의 역량이다. 학생인권조례도 공존의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교권과 대립적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학생인권과 교권은 둘 다 존중돼야 할 가치다. 따라서 교사의 교육활동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도록 조례를 보완할 생각이다. 지금은 교권침해를 당한 후 사후 보상을 해주는 제도가 대부분인데, 사전에 교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를 손볼 생각이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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