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말 전남 순천의 한 골프장에서 여성 이용객이 연못 근처에 떨어진 골프공을 주으려다 연못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경기보조원(캐디)은 연못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이용객을 목격하고 구조에 나섰지만 그를 구하지는 못했다. 그렇다면 캐디에게 이 사고의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캐디에겐 이용객이 안전한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캐디가 이용객이 편안하게 골프를 칠 수 있도록 보조만 하면 되는 것이지 고객 안전까지 책임져야 하느냐"는 반론도 만만찮다.
전남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이용객 익사 사고가 발생한 순천시 모 골프장 소속 캐디 A(33)씨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4월 27일 오전 골프장 내 연못(워터 해저드) 근처에서 공을 줍다가 3m 깊이의 연못에 빠져 숨진 50대 여성 골퍼 B씨를 제지하거나 위험성을 경고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사고 당시 A씨는 연못에 빠진 B씨를 발견하고 구명환을 두 차례 던지는 등 구조에 나섰지만 B씨를 구하지는 못했다. 사고가 발생한 연못은 깔대기형 해저드로, 바닥에 방수포가 깔려 있어 B씨가 빠져나오기 힘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캐디는 경기 보조 도우미로서 고객이 안전한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지만 사고 당일 A씨는 B씨 등에게 워터 해저드에 대한 위험성을 알리지 않았다"며 "A씨는 이에 대한 과실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앞서 이 골프장 안전 관리자 C씨에 대해서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또 골프장 사업주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 시민 재해'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다.
하지만 특수고용노동자로 자영업 형태의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캐디의 역할은 고객으로부터 경기당 일정 금액(캐디피)을 받고 봉사하는데 그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더구나 A씨는 사고 당일 캐디피도 받지 않은 터라 경기 보조 서비스 계약에 따른 안전 관리 의무가 있는지를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캐디는 "물가(연못 근처)에서 조심해야 한다는 것은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상식"이라며 "경찰 논리대로라면 골프 치다가 넘어져서 다쳐도 캐디가 책임져야 하는 것이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