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새 단장을 마친 서울 광화문광장이 다시 문을 열었지만, 광장 사용을 둘러싼 여진은 지속되고 있다. 서울시가 광장에서 집회ㆍ시위를 전면 금지한 데 이어, 사용료 인상안마저 만지작거리자 시민사회가 일제히 들고 일어났다. 이들은 헌법에 보장된 ‘집회ㆍ시위의 자유’를 가로막는 초법적 발상이라고 당국을 성토하고 있다. 여론은 “광장은 시민의 공간”이라며 시를 두둔하는 쪽과 “한국 민주주의 산실인 광화문의 상징성을 침해한다”는 의견으로 갈린다.
서울시는 광장 재개장 이틀 전인 4일 일찌감치 대규모 집회나 시위가 열리지 않게 엄격한 심사 방침을 공언했다. 현행 시 조례에는 광화문광장에서의 집회ㆍ시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하지만 그간 문화제로 위장해 사용 신청을 한 뒤 과격 집회로 변질되는 사례가 많았다는 게 시 당국의 판단이다. 애초에 집회가 불허된 만큼, 경찰 신고 대상도 아니다.
시는 객관적 검증을 위해 이달부터 소음, 교통, 법률 등 5개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광화문광장 자문단’을 꾸려 행사 성격을 세밀하게 따져볼 계획이다.
시민사회의 생각은 다르다. 일개 자치단체가 헌법적 권리 위에 있느냐는 비판이다. 참여연대는 5일 논평을 통해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ㆍ시위의 자유는 서울시 조례나 규칙으로 제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역시 “행사 허가 여부를 결정할 자문단은 서울시 입맛에 맞춘 임의기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행정법 전문가들도 시민단체 의견에 좀 더 힘을 싣고 있다. 신상민 법무법인 ‘에이앤랩’ 변호사는 7일 “지방자치법 제28조는 지자체 조례 제정 시 주민의 권리 제한, 의무 부과 사항이 있으면 법률의 위임이 필요하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집회ㆍ시위의 자유를 제한하는 데 필요한 법률 위임 근거를 갖추지 못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여기에 서울시가 내부 논의를 거쳐 이달 말쯤 내놓을 광장 사용료 인상안도 논란거리다. 불허 방침에 더해 광장 사용료를 더 많이 받아 대규모 집회를 원천 봉쇄하려는 ‘꼼수’ 아니냐는 것이다.
광화문광장을 행사 등 특정한 목적으로 이용할 때는 시가 사용료를 부과하는데, 현재 허가된 곳은 중앙광장(1,700㎡)과 북측광장(2,300㎡)이다. 오전 6시~오후 6시에는 ㎡당 1시간에 10원, 오후 6시~이튿날 오전 6시 사이에는 13원을 지불해야 한다. 2009년 조례 제정 뒤 유지된 금액이다. 인상 폭은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에 근거해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광장이 시민 세금으로 만들어진 만큼, 독점적 사용에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인상 필요성을 밝혔다. 반면 이선미 참여연대 정책기획국장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광장을 대상으로 사용료를 올리면, 결국 돈 있는 사람만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나들이 나온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광장에서 만난 김승열(59)씨는 “광화문을 휴식 공간으로 조성해 시민에게 돌려준다는 시의 결정에 동의한다”며 “이곳이 더는 ‘정치 광장’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반대로 광화문광장의 역사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재익(34)씨는 “휴식 공간은 좋지만, 여의도공원이 그랬듯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던 역사의 공간이 사라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