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온라인 매출, 1년 새 다섯배 증가..."자생력 충분...시간이 좀 더 필요"

입력
2022.08.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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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배송서비스하는 전통시장, 8.6%에 불과
투자여력·전문인력 부족...플랫폼업체 불공정행위도


"자꾸 자생력, 자생력 하는데, 전통시장도 자생력이 있으니 아직까지 자기 가게 지키고, 경영하는 것이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논란 속에 일부에서 '전통시장도 자생력을 갖춰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자 고창용 서울 금천구 별빛남문시장 상인회장은 이같이 반박했다. 그는 "상인들도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피해가 크고 온라인 진출은 아직 시범 사업 단계라 정착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지 자생력이 없어서 의무휴업 폐지에 반대하는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온라인 진출 전통시장 성장세 돋보이지만... "갈 길 멀다"


실제 전통시장의 온라인 진출은 성장 가능성이 없지 않다. 7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정부의 지원을 받아 온라인 시장에 진출한 47개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성과를 조사한 결과 2020년 2억4,700만 원이었던 매출이 지난해 12억7,100만 원으로 다섯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동구 암사종합시장의 경우, 온라인 장보기·배달 서비스 도입 후 온라인에서만 월 3,000만 원가량을 벌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2020년 기준 온라인 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전통시장은 전체의 8.6%에 머물고, 배송 서비스를 위한 전용 공간을 마련한 시장은 1.1%에 그쳤다.



고질적 문제로 투자여력·전문인력 부족


온라인 진출 속도가 더딘 건 대부분 상인들이 낮은 영업 이익과 높은 부채 비율에 시달려 디지털 전환에 투자할 여력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중기부의 2020년 조사에 따르면, 부채가 있는 사업체는 전체의 48.4%에 달했고, 사업체당 부채는 1억8,1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이 같은 경향은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배달을 관리할 전문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가게당 상주 인력이 한두 명에 불과하고, 대부분이 6070세대라 배송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어려운 것이다. 별빛남문시장도 전용 공간을 마련했지만 이를 관리할 사람이 없어 구에서 근무하는 공공근로요원의 도움을 받고 있다. 고창용 상인회장은 "배달 용기 통일, 배달 전용 패키지 개발 등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온라인 플랫폼 업체의 불공정행위도 상인들의 온라인 진출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한 소상공인의 39.6%는 배달앱에서 불공정거래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법제연구원 조사에서 드러난 전자상거래 불공정 거래 유형을 살펴보면 '광고비 및 판매수수료 과다'가 35.4%로 가장 많았고, '일방적인 책임 전가'(22.8%), '수수료 등 부당한 차별'(20.3%) 등이 뒤를 이었다.


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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