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장학퀴즈' 가능해질까...'제목 광고' 일부 허용될 듯

입력
2022.08.0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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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파 1박2일', '요기요 나 혼자 산다' 식의 프로그램 명칭이 가능해질까.

정부가 프로그램명에 스폰서 이름을 붙이는 '타이틀 스폰서' 허용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일단 예능 프로그램에 한해서 도입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 업계는 '제목 협찬(광고)'이 가능해지면 2016년 이후 감소세가 뚜렷한 방송 광고 시장에 활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방송 프로그램 내용이 협찬사에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통위, 방송 광고 규제 완화... 포지티브서 네거티브로

8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6월 출범한 '방송광고 네거티브 규제체계 도입을 위한 협의체'가 타이틀 스폰서 도입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타이틀 스폰서가 허용되면 프로그램명에 협찬사의 이름을 붙이는 게 가능해진다. 예를 들면 EBS에서 방영 중인 '장학퀴즈'에 단독 후원사인 'SK'를 앞세워 'SK 장학퀴즈'로 방송해도 된다는 의미다.

방통위 관계자는 "방송 광고 종류를 프로그램 내와 프로그램 외 광고 2개로 단순화하고, 프로그램 내 광고의 경우 금지 조항 이외에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방송 광고는 방송법 73조에 따라 방송프로그램광고, 중간광고, 토막광고, 자막광고, 시보광고, 가상광고, 간접광고의 7개 종류만 허용하는 포지티브 방식의 규제를 받고 있다. 이 관계자는 "네거티브로 전환되면 제목 광고도 가능해지는데, 협의체에서는 제목 광고에 가상광고나 간접광고처럼 시사·보도 프로그램, 어린이 프로그램 금지 조항을 동일하게 적용할지, 더 확대할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타이틀 스폰서를 '협찬'으로 볼지 '광고'로 볼지도 논의 사안인데, 협의체가 이를 광고로 분류할 경우 올 연말까지 마련할 법 개정안에 규제 조항을 포함시킨다는 계획이다. 협찬으로 결론 나면 방통위의 '협찬고지 등에 관한 규칙'만 바꾸면 된다.

"방송 광고에 쏠린 비대칭 규제 해소해야"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해외에서는 제목 협찬 사례를 찾기 쉽다. 중국 베이징TV는 2001년부터 중국판 장학퀴즈인 'SK장웬방(壯元榜)'을 방영했다. 방송사 측은 SK가 한국에서 수십 년간 장학퀴즈를 후원해온 점을 인정해 제목 협찬을 허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2016년부터는 CCTV를 통해 'SK극지소년강(極智少年强)'이라는 명칭으로 방송 중이다. 미국 NBC에서 방영돼 에미상을 수상한 자연 다큐멘터리 '와일드 킹덤'도 후원사인 보험사 '뮤추얼 오브 오마하'와 병기돼 왔다. 일본, 영국, 독일, 대만, 싱가포르 등에서도 특정 조건만 만족하면 제목 협찬을 허용한다. 주정민 전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모바일이나 온라인 광고는 규제가 자유로운 데 반해 방송 광고 쪽은 칸막이식 규제가 많고, 형식 규제가 촘촘하다"며 "뉴미디어 광고와 전통 미디어 광고 규제의 비대칭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송 광고 시장은 디지털 광고 시장에 비해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의 '2021 방송통신광고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국내 방송 광고비는 3조4,841억 원으로 재작년 대비 7.6%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온라인 광고비는 15.4% 증가한 7조5,284억 원이었다.

예능만 vs 교양·다큐도

협의체는 예능 프로그램에 한해 제목 협찬을 허용하는 데는 어느 정도 합의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방송사 측은 제목 협찬이 가능한 장르를 시사·보도, 어린이 프로그램을 제외한 다큐 등 교양 프로그램으로 넓혀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방송협회 관계자는 "방송 시스템상 공공성이 높은 프로그램을 만들수록 제작비 마련과 상업적 성공이 어렵다"며 "예능 외에 다큐나 교양 프로그램에도 제목 협찬을 허용하면 사회 공헌 사업 차원에서 기업들의 참여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제목 광고가 허용되면 협찬사가 방송 내용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데다, 시청자들의 거부감으로 프로그램이 외면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가뜩이나 간접 광고에 대한 시청자들의 피로감도 높은 상황이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과거 MBC '배달고파? 일단 시켜!'라는 파일럿 프로그램이 배달의 민족 광고를 받아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만들어져 비판을 받은 적이 있었다"며 "제목에 그치지 않고 프로그램의 전반적 진행이나 콘텐츠 포맷이 스폰서 위주로 제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송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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