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특례도 병특 기간 이후 '생애주기' 맞춰 설계해야"

입력
2022.08.09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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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민선 중소벤처연 연구위원이 제시한 해법

산업계 병역특례제도를 둘러싼 논의는 산업기능요원(제조·생산 분야)과 전문연구요원(연구·학문 분야)의 수를 줄일 것인가, 늘릴 것인가의 이분법적 논쟁으로 이어져 왔다. 정부가 현역병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병역특례 규모를 줄이겠다고 발표하면, 중소기업계와 연구단체가 이에 반발하고, 결국 병역특례 인원을 애초 계획보다는 적게 줄이는 쪽으로 균형점을 맞춰 왔다.

산업계 병역특례제도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병역특례는 더 이상 병역문제 해결의 수단으로 볼 것이 아니라, 산업계 인적자원의 생애주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업기능요원과 전문연구요원이 병역특례 과정을 거쳐 국가 핵심 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채용→인적자원 개발→장기재직을 연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노 연구위원은 "산업기능요원과 전문연구요원은 각각 기술 인력과 연구개발 인력을 충원하는 산업·기술 분야의 양대 축"이라며 "경제의 불확실성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병역특례제도는 안정적으로 유지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선 산업기능요원과 전문연구요원이 산업계 적재적소에 공급되고, 복무가 끝난 후에도 기업에 오래 근무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노 연구위원은 산업기능요원 제도의 효율성을 살리면 중소기업 일자리 미스매칭(불일치) 문제를 해결하고, 직업계 고등학교 졸업생의 취업률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특성화고·마이스터고 등 직업계고 졸업생이 직장을 얻은 비율이 28.6%에 그친 반면, 대학으로 진학한 비율은 45.0%에 달했다. 직업계고가 산업 현장의 실무인력을 공급하는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노 연구위원은 "직업계고 졸업생이 선취업 후진학, 즉 산업기능요원으로 우선 취업해 병역문제를 해결한 뒤 필요에 따라 대학에 진학하는 방안을 연구해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이공계 석·박사 인력을 흡수하는 전문연구요원 제도도 민간 부문에 더 기여할 수 있는 방안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게 노 연구위원의 주장이다. 이스라엘의 과학기술 전문장교 육성 프로그램인 탈피오트(Talpiot) 제도의 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 노 연구위원은 "탈피오트를 통해 선발된 최정예 인력은 군복무 기간 동안 군 기술력 강화를 위한 연구에 참여하고, 제대 후에는 민간 연구개발 분야에 종사하거나 벤처회사를 창업하기도 한다"면서 "전문연구요원 제도를 이 같은 민(民)-군(軍) 협력 모델로 발전시키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주 기자
소진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