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보다 인간성'...'정명석 리더십'이 전하는 즐거운 사회생활

입력
2022.08.06 16:00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정명석 리더십 각광
'서브 아빠' 애칭 얻으며 인상적인 상사 모습 그려
존댓말·천천히 호흡 가다듬고...감정 기복 없는 상사
"생각을 필터링하고 즉흥적인 주장 지양하는 리더"

"도대체 저하고 몇 년을 일했는데 아직도 모르십니까?"

직장인 박모(36)씨는 최근 직장 상사에게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 상사는 한 부서에서 3년 넘게 함께 일해 온 선배다. 박씨는 직장 내에선 비교적 일처리가 깔끔하고 성실한 직원으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상사가 굳이 지시하지 않아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아 하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상사는 박씨의 성향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예를 들면 일주일 안에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해야 할 경우 박씨는 마감 시한 이틀 전에 끝내 놓는다. 그럼에도 이 상사는 휴대폰 단체 대화방에서 'D-데이 카운트다운'을 센다고 한다. '박ㅇㅇ씨, 늦지 않게 제출 바랍니다' '박ㅇㅇ씨, 제출까지 이틀 남았어요' '내일까지는 무조건 제출해야 합니다'.

박씨는 상사의 무심함이 서운할 수밖에 없다. 그는 "상사에게 그동안 내가 어떻게 일했는지 말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아, 그랬나'였다"면서 "부하직원에 대해 속속들이 모두 파악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성격이나 업무 스타일 등은 알고 있어야 부서 성과와도 연결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리더의 자리는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부서원들의 개인별 능력이나 기질, 성향 등을 파악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도 리더가 해야 할 역할이다.

물론 이심전심이 통하는 상사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앞서 우리에겐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채송화(전미도 분) 선배 같은 사람이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지난해 시즌 2에서 보여진 그의 '신들린 리더십'은 "채송화는 여전히 판타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일도, 자기관리도, 후배를 향한 내리사랑도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완벽한 인간형이었으니까.

그런데 요즘 우리는 채송화 못지않은 '현실엔 없는 판타지형' 인간을 보고 있다. 케이블 채널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에 등장하는 정명석(강기영 분) 변호사가 그렇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지닌 우영우에게 상사, 동료, 친구, 조력자 등 다양한 역할을 하며 시청자에게 "'서브 남주'보다 '서브 아빠'"라는 애칭까지 받고 있다.

존댓말+쉼표+솔직 피드백=?...'정명석 리더십'이 말하는 것

"정명석 같은 상사는 생각을 필터링하고 즉흥적인 주장을 지양하는 이상적인 상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리더십 코칭 등 기업 강연을 주로 하는 공문선 커뮤니케이션 클리닉 원장은 '우영우' 속 정명석 변호사를 이같이 정의했다. 목소리 톤을 안정적으로 유지한 채 부하직원에게 천천히 알아듣기 쉽게 전달하는 방식이 정명석 화법의 특징이다. 앞뒤 잘라서 "무죄 판결 받으세요"가 아니라 사건 의뢰가 왜 들어왔는지부터 어떤 판결로 결론 나야 하는지까지 기승전결을 설명하는 식이다.

이때 자신의 감정은 최대한 드러내지 않는다. 그 때문에 정명석이 화를 내는 일은 거의 없다. 목소리는 시종일관 부드럽고 온화하다. 비교적 안정된 음성은 편안한 마음마저 들게 한다. 이는 감정 기복 없이 잔잔한 마음 상태를 유지하는 인품 덕이다.

실제로 이런 화법은 기업에서도 활용된다. 공 원장은 "주로 다국적기업에서 리더가 조직원들과 대화할 때 활용하는 '3초간 멈추고 생각하기'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리더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기 전에 항상 '스톱(Stop)'하고 3초 동안 생각을 다듬은 뒤 말하라는 것이다. 화가 났을 때 감정조절을 하지 못하고 폭발하면 직장 내 업무나 인간관계 모두 득이 될 게 없다.

리더로서 화가 났어도 일단 멈추라는 신호를 스스로에게 보내라는 거다.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거나 밖으로 나가 한바퀴 돌고 오는 등 감정조절하는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하다. 정명석은 아내가 다리미로 남편의 머리를 친 사건을 우영우에게 처음 맡겼다. 이때 그는 "집행유예가 나오는 사건"이라 했으나 우영우는 "아내는 무죄"를 주장해 당황스러워 했다.

하지만 그는 차분하게 설명했다. "우영우 변호사, 이거 딱 보면 모르겠어요? 이 사건 처음부터 검찰에서 피고인한테 집행유예 주려고 마음먹고 있는 사건이에요. 피고인이 반성하고 있는 모습 보여주고, 피해자가 처벌 원치 않는 거 보여주면 충분해요. 그러니까 변호사가 피고인 옆에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집행유예가 나오는 사건이라고." 정명석은 감정을 조절해 가며 우영우에게 배경을 설명했다.

이런 화법은 상대에 대한 배려가 깔려 있다. 공 원장은 "말을 정리해서 하면 감정적으로 흔들리거나 화를 내지 않게 된다"며 "그러면 감정표현이 쉬워지는데 이는 상대방, 즉 부하직원을 배려하고 존중하기 때문에 나오는 화법"이라고 말했다.

이는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에게도 통하는 화법이다. 생각과 감정을 풀어서 이야기하는 방식은 앞뒤 잘라 결론만 얘기하는 기성세대 화법과는 다르다는 것. 공 원장에 따르면 MZ세대는 일함에 있어서 '배경'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왜 내가 이 일을 해야 하나' '내가 할 일이 아닌데 왜 나한테 시키나' 등 원인이나 이유에 대한 배경 설명을 충분해 해주길 원한다고 한다.

존댓말도 '정명석 리더십'에서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정명석은 회사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존댓말을 사용한다. 존댓말은 상대를 배려해 주는 듯 보이지만, 자칫하면 '보이지 않는 벽'으로 전락할 수 있다. 더 이상 관계를 발전시키고 싶지 않다는 의미로 보일 수 있어서다.

그러나 정명석의 존댓말에는 애정이 담겼다. 자신의 팀원들에게 부드러운 어조로 "잘했어요" "변호사한테 시간이 제일 중요한 자원이에요. 사건 하나에 너무 많은 시간 쓰지 않게 균형 잘 잡고" 등 피드백으로 신뢰감을 형성한다. 이는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이나 철학, 실력에 대해서 진정으로 인정해주는 존댓말"이라는 게 공 원장의 설명이다. 팀원을 혼낼 때도 정확하게 핵심을 짚어 존댓말로 때린다. 권민우(주종혁 분)가 사전에 협의하지 않아 재판 결과를 뒤집는 우영우에게 페널티를 줘야 한다고 하자, "같이 일하다가 의견이 안 맞고 문제가 생기면 서로 이야기해서 풀고 해결을 해야죠. 매사에 잘잘못 가려서 상주고 벌주고 나는 그렇게 일 안합니다"라고.

또한 부하직원을 잘 파악하고 있음을 드러내기도 한다. 탈북 여성 관련 사건을 맡은 최수연이 열정을 가진 변호사라는 걸 알고는 "우 변호사가 최 변호사 '워~ 워~' 해주면 어떨까 해서요"라고 부탁한다.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 우영우가 피고인에 감정이입이 잘 되는 최수연을 옆에서 잡아주라는 의미였다. 물론 이 미션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정의감에 불타는 최수연의 성격을 헤아리고 있는 상사의 이해심이 드러난 장면이다.

자신이 저지른 실수나 오해를 인정하고 사과할 줄 아는 리더다. 특히 우영우를 장애인으로만 보고 쉽게 판단했던 잘못을 쿨하게 인정하는 대목은 감동을 준다. 그는 "잘했어요. 숨겨진 쟁점을 잘 찾았어. 이런 건 내가 먼저 봤어야 했는데, 내 생각이 짧았네"라든가 "외부에서 피고인 피해자 만나는 거 어려워, 그냥 보통 변호사들한테도 어려운 일이야. 아, 미안해요. '그냥 보통 변호사'라는 말은 좀 실례인 거 같다", "이건 신입들이 사과할 일이 아니야. 내 불찰이지" 등으로 사과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실제로 직장 내에서 임원들이 가장 기피하는 것 중 하나가 실수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한다. 공 원장은 "기성세대들이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핑계나 변명을 하면 젊은 부하직원들에게 신뢰나 존경을 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기업 강연을 할 때 의외였던 게 MZ세대 직장인들은 상사들이 실수담을 토대로 들려주는 '라떼는 말이야' 같은 이야기를 선호했다"며 "상사가 실수나 잘못을 저질렀던 경험으로 '너희들은 그런 실수 하지 말라'고 해주는 조언을 듣고 싶어했다"고 전했다.

결국은 휴머니즘..."훌륭한 리더는 영감과 동기부여, 신뢰를 준다"

"훌륭한 리더는 외향적일 필요가 없고, 부서원들의 삶일 필요도 없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영감을 주는 방법만 알면 된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지난 1일(현지시간) 비즈니스 컨설턴트 라이언 다우디가 언급한 내용을 실었다. 다우디는 여성 전용 커뮤니티 '비 인 더 룸(Be in the Room)'의 설립자로도 유명하다. 다우디는 기고문을 통해 "위대한 지도자는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팀이 훌륭한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돕는 리더십 열쇠는 무엇일까. 다우디는 영감(Inspiration), 동기부여(Motivation), 신뢰(Trust), 연민(Compassion), 존경(Respect) 등 5가지를 꼽는다. 직장에서 상사들이 이 다섯 가지를 꿰고 있으면 팀원들로부터 환상적인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포브스에 실린 내용을 정리했다.

부하직원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주는 리더는 그리 많지 않다. 그만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단 팀원들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속속들이는 아니어도 업무상 무엇을 잘하고, 무엇에 관심 있어 하는지 정도는. 그래서 팀원들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그들이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영감을 주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팀이 창의적이고 행동을 취하기 원하도록 격려할 필요가 있다"고 포브스는 전했다.

동기부여만큼 설명하기 어려운 것도 없다. 리더는 회사와 팀 목표가 달성될 때 개인 차원에서 직원들의 삶이 어떻게 개선될 것인지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 사실 직원들은 회사의 사업 목표에 대해 진정으로 신경을 쓰지 않지만, 개인적인 목표에 대해선 꽤 신경을 쓴다. 결국 리더가 개인 목표도 달성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보너스나 임금 인상 혹은 추가 휴가 등의 개인 목표다. 포브스는 "리더의 목표를 팀원들의 목표와 연결하는 것은 직원들이 회사의 성장에 완전히 투자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확실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신뢰는 팀의 초석이며 그것은 리더로부터 시작된다. 리더가 팀원들을 믿었을 때 팀원들은 리더을 위해 더 좋은 일을 하길 원한다. 여기서 신뢰는 업무상 단순히 작업을 확인하는 수준이 아니다. 하나의 프로젝트 소유권을 가질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팀원은 모든 것을 걸고 최선을 다할 가능성이 높다. 리더는 팀원들이 자신의 강점을 활용해 놀라운 최종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이라 믿어야 한다. 결과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클 수도 있다.

훌륭한 리더가 되려면 직원도 인간임을 이해해야 한다. 팀원들은 연민과 이해를 필요로 할 때가 있다. 인간은 항상 100% 작동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어떤 리더는 직원들이 모든 일에 있어서 항상 100% 아니 그 이상을 해주길 원한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직장에서 인생의 힘든 시기를 겪을 수 있고, 이것은 능력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럴 때 팀원이 겪고 있을 시련을 파악해야 한다. 비록 그 시련이 업무와 관련이 없을지라도 동정심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만약 리더가 연민·동정심을 보여줬다면 팀원들은 성과를 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며 호의에 보답할 것이다.

리더가 팀원들에게 존중받길 원한다면 그들을 존중한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팀원들의 시간과 목표, 지식은 당신만큼 소중하고 중요하다. 일부 결정에 대해 최종 결정권을 주는 것도 좋은 방법. 큰 결정을 내리도록 신뢰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아마 가장 높은 존경의 형태로 받아들일 것이다. 리더가 상호 존중을 보이면 팀원들은 동기부여를 더 많이 느낄 것이다. 팀원들이 행복하고 생산적일 때 회사와 비즈니스는 그 혜택을 누릴 수 있으니까.

훌륭한 리더가 되는 건 전반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포브스는 "팀은 리더의 신뢰와 영감, 동기부여를 요구한다"며 "팀에 존경과 연민을 표시하는 것을 기억하는 건 임수 수행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라고 밝혔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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