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에 이어 영국도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은행(EOB)은 4일(현지시간) 통화정책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1.25%에서 1.75%로 0.5%포인트 올리기로 결정했다. BOE가 빅스텝을 밟은 건 1997년 독립적인 통화정책 결정 기관이 된 이후 처음이다. 이로써 영국 기준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초기인 2008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이번 금리 인상은 예견된 행보였다. BOE는 지난해 12월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 중 가장 먼저 금리 인상에 나섰고, 이번까지 6차례 연속 금리를 올렸다. 앤드루 베일리 BOE 총재는 지난달 한 행사에서 “8월 회의에서 0.5%포인트 인상을 고려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영국도 여느 나라들과 똑같이 인플레이션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9.4% 올라, 1982년 이후 4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치솟은 데다 공급망 문제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인한 노동력 부족 등이 겹친 탓이다.
영국이 주요국의 금리 인상 속도를 따라가지 않으면 파운드화 가치는 더 떨어지고 수입 물가는 상승해 인플레이션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결국 BOE는 올해 4분기 영국 경제가 침체에 접어들고 내년에는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돈줄을 조이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세계 각국은 통화 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RB)는 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잇따라 단행했고, 유럽중앙은행(ECB)도 지난달 11년 만에 금리를 올리면서 빅스텝을 밟았다. 캐나다은행(BOC)는 지난달 금리를 1.5%에서 2.5%로 1%포인트나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