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방한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을 만나려다 국회 사랑재에서 경호원의 과잉 제재로 넘어져 다쳤다.
4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 국제사법재판소 회부 추진위원회’(추진위)에 따르면 이 할머니와 추진위 관계자들은 이날 낮 12시 20분께부터 펠로시 의장에게 면담을 요청하려 국회 사랑재 앞에서 기다렸다. 펠로시 의장은 오전 11시 55분부터 김진표 국회의장과 회담한 뒤 공동 언론발표를 하고 사랑재에서 오찬을 했다.
국회 경호팀은 펠로시 의장이 사랑재에 도착하기 전 동선 확보를 위해 이 할머니가 탄 휠체어를 급하게 옮기려 했고, 이 과정에서 이 할머니가 바닥에 떨어졌다. 추진위 영상에는 이 할머니가 “이거 안 놓나” “이거 사람 죽인다”며 소리치고, 경호원이 그를 일으키려는 장면이 담겨 있다.
이 할머니는 곧바로 서울 성모병원으로 옮겨졌다. 다행히 큰 부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후 정의기억연대는 “펠로시 의장이 사랑재에 도착하기 직전 갑자기 10여 명의 경호원이 할머니 쪽으로 들이닥쳐 휠체어를 끌어당겨 넘어뜨렸다”며 “할머니가 넘어지자 외곽으로 끌어내기 위해 팔다리를 잡고 옮기는 등의 행위로 신체적·정신적 충격을 주는 등 천인공노할 짓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결국 이 할머니와 펠로시 의장의 면담은 불발됐다. 이 할머니는 이날 오전에도 펠로시 의장이 묵은 서울 용산 그랜드하얏트 호텔 앞에서 기다렸지만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 그는 전날 오후에도 펠로시 의장에게 서한을 건네려고 했지만 만남이 불발됐다.
펠로시 의장은 김 의장과의 회담에서 “일본계 미국인 혼다 의원의 발의로 위안부 관련 결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를 통과시킨 데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회 사무처는 "외교행사에서 사전 약속 없는 면담 시도는 결례"라며 "행사장 동선을 무단 점거한 이용수 할머니를 의전 및 경호상의 이유로 행사장 밖으로 안내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