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3명이 8,800만원 날렸다"…호텔 예약업체 에바종 숙박비 '먹튀' 논란

입력
2022.08.04 19:00
1인당 수십만 원에서 수천만 원 피해
피해자 '집단소송' 준비…경찰 수사도

직장인 A(50)씨는 지난해 호텔 예약 대행업체 '에바종'에서 6개월과 1년짜리 숙박시설 이용권 2장을 약 2,000만 원에 구매했다. 해당 기간 동안 에바종 사이트의 호텔을 이용할 수 있는 일종의 회원권이다. A씨는 이 이용권으로 지난 7월 발리 호텔에 장기 투숙했다. 그런데 체크아웃을 하려다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비용이 지불된 게 없으니 1,800만 원 가까운 숙박비를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에바종에 연락을 해보니 "일시적인 자금 사정이 생겼다. 호텔비를 결제하면 일주일 안에 비용을 돌려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국내로 돌아온 후 업체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총 3,800만 원을 날린 셈이다.

설상가상 A씨의 남편과 동생까지 피해를 봤다. A씨가 추천해 두 사람도 각각 2장씩 5,000만 원 상당의 이용권을 샀기 때문이다. 가족 전체가 총 8,800만 원의 피해를 본 셈이다. A씨는 "상품 규정에는 고객 귀책 사유로 해지할 시 수수료에 대한 부분만 명시돼 있을 뿐, 정작 회사의 문제에는 책임지겠다는 내용이 없다"며 "문의에 답변도 안 하고 전화도 받지 않으니 소송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호텔 예약 대행업체 '에바종'이 회원으로부터 숙박료를 선입금받고도 정작 숙박시설에는 입금을 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업체는 사무실을 닫고 “재택근무에 돌입했다”는 공지를 올려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먹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액은 10억여 원, 피해자만 150여 명에 달한다.

고객에게 돈 받고 입금 안 해…왜?

에바종은 국내외 호텔·리조트를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온라인 예약 대행사다. 특정 기간(6개월~1년) 동안 지정된 여러 호텔에서 숙박할 수 있는 '호텔패스'와 '5성급 호텔 피트니스 센터·레저 클럽 무제한 이용권'을 주로 판매해 왔다. 호텔패스의 경우 성인 1명이 1년짜리 이용권을 구매하면 구매 비용이 1,000만 원에 달하지만, 할인율이 높은 편이어서 소비자 사이에 입소문이 났던 업체였다. 에바종은 2012년 프랑스인 에드몽 드 퐁뜨네가 설립한 업체로 회원 수는 50만 명에 달한다.

호텔 업계 관계자는 "처음부터 악의를 가지고 운영했던 것은 아닌 것 같고, 코로나19 확산을 기점으로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무리한 상품으로 돌려막기를 하다가 문제가 터진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에바종은 2년 전에도 코로나19 확산으로 여행을 포기한 고객에게 현금 환불 대신 적립금인 '클립머니'를 제공하고 호텔비 결제를 제한해 원성을 산 바 있다. 예약시 클립머니 이용가능 금액을 1만~2만 원으로 제한하면서 나머지 금액은 현금으로 계산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에바종은 지난 2일부터 사무실을 닫고 전 직원 재택근무로 전환했다. 또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투자 유치 및 인수 합병 등의 방안을 협의 중이니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환불 예정 및 일자를 안내해드리겠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에게는 "8월 환불 문의건이 급증해 9월 초순부터 순차적으로 환불하겠다"는 문자를 돌렸다.

2020년 75만 원 상당의 클립머니를 받은 직장인 문모(33)씨는 "회사 사정이 어렵다면서 현금이 아닌 적립금으로 환불해주더니, 그마저도 사용을 제한해 제대로 쓰지도 못하게 만들었다"며 "항의했더니 갑자기 따로 전화한 사람만 50%까지는 클립머니를 사용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등 주먹구구식으로 대응하더라"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7일까지 피해 사항을 취합해 집단소송을 제기한다는 입장이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도 피해자 신고를 접수해 수사 중이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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