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혁신적인 규제개혁’을 공언하며 신설한 규제심판회의가 4일 첫 회의를 갖고 본격적인 실험에 착수했다. 규제심판회의는 민간전문가와 현장 활동가 등 100여 명으로 구성된 규제심판부가 규제 관련 의견을 수렴하는 회의체다.
앞서 정부는 “규제개혁이 곧 국가 성장”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침에 따라 대통령 주재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신설하면서 규제를 받는 사람 입장에서 기존 규제를 재검토하는 ‘규제심판제도’를 함께 도입했다. 규제심판관이 국제기준, 이해관계자와 부처 의견 수렴 등을 토대로 특정 규제의 적정성을 판단하고, 소관 부처가 필요성을 증명하지 못하면 폐지ㆍ개선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규제심판회의의 첫 안건으로는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선정됐다. 국무조정실은 “국민적 관심이 높고 이해관계가 복잡한 점 등을 고려해 선정했다”며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 대안이 합의될 때까지 회의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는 소상공인연합회 등 규제 찬성 측과 한국체인스토어협회 등 반대 측이 각자의 논리를 주장했다. 소관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 공정거래위원회도 참석해 의견을 들었다. 정부는 5일부터 18일까지 2주간 일반국민이 참여하는 온라인 토론도 병행할 계획이다.
현재 대형마트는 “전통시장 등 소상공인의 생계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2012년 시행된 영업규제에 따라 월 2회 의무휴업을 해야 하며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는 영업을 할 수 없다. 하지만 이는 그사이 보편화된 온라인 쇼핑과 실시간 배달 시스템이 등장하기 전 도입된 규제여서 완전히 달라진 지금의 현실과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높았다.
규제개혁은 모두가 동의하는 당위성에도 불구, 첨예한 이해 갈등을 넘지 못해 그간 공염불에 그쳐왔다. 새로 도입된 제도가 충실한 공론화와 합리적 조정을 통해 규제개혁에서도,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간 갈등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