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내려고 '백화점상품권' 모으신 분, 얼른 '막차' 타세요!

입력
2022.08.07 11:00
15면
재산세 아끼는 '세테크' 꿀팁 총 정리
①상품권 절세는 8월 중 미리 준비해야
②카드사 캐시백·커피 쿠폰 증정도 쏠쏠
③고지서 전자송달·자동납부로 세액공제

편집자주

'내 돈으로 내 가족과 내가 잘 산다!' 금융·부동산부터 절약·절세까지... 복잡한 경제 쏙쏙 풀어드립니다.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한 사람들)'의 한숨이 깊어지는 계절입니다. 불어나는 이자 부담에 안 그래도 등골이 오싹한데, 매년 이맘때가 되면 재산세로 목돈을 지출해야 하니까요. 올해 주택분 재산세는 7월 16일~8월 1일 절반을 내고, 잠시 숨 고르기 한 다음 9월 16~30일 나머지 절반을 내야 합니다.

세금은 고지서에 찍힌 금액을 정확하게 납부해야 하죠. 은행이나 우체국 창구를 직접 방문하거나 계좌이체를 하는 방식이 정석이지만, 찾아보면 몇 천 원, 많게는 몇만 원까지 절세 효과를 누릴 방법이 많답니다. 재산세 아끼는 ‘세테크 꿀팁’, 기자가 정리해 봤습니다.

상품권은 ‘이달 말까지’ 세금 마일리지로

“현대백화점 상품권 100만 원 있습니다. 여의도역에서 신세계 상품권과 교환하실 분 계신가요?”
(당근마켓 거래자 A씨)
“신세계 상품권 5% 할인가에 구합니다. 많이 필요하니 마구 연락주세요”
(서울지역 맘카페 회원 B씨)

고수들 사이에서 유명한 절세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백화점상품권을 잔뜩 쟁였다가 세금 납부에 활용하는 건데요. 전국 모든 지역에서 아무 백화점상품권이나 쓸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이전엔 롯데백화점 상품권으로도 부산 등에서 지방세를 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서울에서, 신세계백화점 상품권만 가능합니다. 한도는 1인당 120만 원. 부부 공동명의일 경우엔 240만 원까지 쓸 수 있어요.

방법이 조금 복잡하니 잘 따라오세요. ①먼저 휴대폰 이마트몰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해 ‘상품권 전환’ 탭을 누르세요. ②팝업창에 상품권 번호와 PIN 번호를 입력하면 상품권 액수만큼 신세계그룹 사이버머니인 ‘SSG머니’가 충전됩니다. ③이후 서울시 세금 납부앱인 ‘스탁스(STAX)’에 들어가 로그인한 다음 ‘SSG머니 가져오기’를 클릭하면 SSG머니를 세금 마일리지로 전환해 ④세금 납부 시 현금처럼 쓸 수 있습니다. 신용카드 등 다른 수단과 섞어서 결제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상품권을 저렴하게 구할수록 세금을 많이 아낄 수 있겠죠? 선물이나 사은품으로 받아둔 상품권이 많다면 좋겠지만, 오프라인 상품권거래소나 온라인 거래를 통해서도 잘 하면 5~10%까지 저렴하게 상품권을 살 수 있어요. 이맘때쯤 인터넷 커뮤니티나 중고거래 사이트에 신세계백화점 상품권을 대량으로 사고팔거나, 타 백화점 상품권과 교환하려는 글이 유독 많이 올라오는 이유랍니다. 입소문이 나면서 지난해 7월 SSG머니를 통한 서울시 세금 납부액이 전년 대비 108%나 늘기도 했대요.

주의할 점은 이번 달이 ‘막차’라는 거예요. SSG닷컴에서 9월 1일부로 SSG머니의 STAX마일리지 전환을 종료하기로 했거든요. “간편결제 사업자 중 선불 충전금 기반의 지방세 납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없는 만큼 업계 기조를 맞추기 위한 결정”이라는 게 SSG닷컴 측 설명입니다.

상품권 절세를 계획하셨던 분들은 서둘러 움직여야겠습니다. 이번 달 31일 전까지 상품권을 긁어모아 SSG머니→STAX마일리지 전환을 마쳐 놓아야 9월 이후 세금 납부 때 계획한 대로 쓸 수 있어요. 남은 마일리지를 다시 SSG머니로 교환하는 서비스는 내년 1월 말까지 유지한다고 하니 이 점도 참고하세요.

카드사 캐시백·기프티콘도 쏠쏠해요

보유한 신용·체크카드로도 어느 정도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거의 모든 카드사가 2~7개월 정도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제공하고, 일부는 재산세 납부 기간에 맞춰 현금 환급(캐시백), 포인트 적립, 선물 증정 등 특별 이벤트도 진행합니다. 지난달 1차 재산세 납부 때 신한카드는 체크카드 납부 시 납부 금액의 0.17%를 현금으로 돌려줬고요, KB체크카드로 내면 0.2%를 포인트로 쌓을 수 있었지요.

기자처럼 매일 아침 카페인 연료 주입이 필수인 분들은 커피 기프티콘을 집중 공략해 볼까요? 결제 금액에 따라 아메리카노, 케이크 세트 등 카페 기프티콘을 증정하는 카드 회사가 부쩍 많아졌거든요. 지난달 삼성카드는 재산세 30만 원 이상 일시불 결제 시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2잔(9,000원 상당)을, KB국민카드는 60만 원 이상 결제 시 가나슈케이크와 아메리카노 세트(1만200원 상당)를 줬어요. 조건에 맞는 카드가 있다면 1.7~3%까지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셈이죠. 재산세는 건별로 부과되니 보유한 주택이나 건물이 여러 채인 분은 다양한 카드를 요리조리 조합해 혜택을 극대화할 최적의 방법을 찾아봅시다.

이쯤에서 떠오르는 궁금증 하나. 카드 회사들은 왜 이런 이벤트를 하는 걸까요? 영업 이익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은데요. 혜택 자체도 소소하고 귀여운 수준이잖아요. 한 카드사 홍보 담당자의 설명입니다. “재산세 납부 이벤트는 일종의 ‘방어 장치’로 볼 수 있어요. '다른 카드에는 있는 혜택이 왜 내 카드엔 없느냐'는 불평과 함께 고객이 떠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한 거죠. 일부 무(無)실적 카드를 유(有)실적으로 전환하는 부수적 효과도 있긴 합니다.”

별개로 그간 쌓아놨던 카드 포인트도 세금 납부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신한카드의 ‘마이신한포인트’는 위에서 언급한 SSG머니처럼 STAX마일리지로 전환할 수 있어요. 현대카드의 M포인트는 1.5포인트당 1원으로 환산해 세금 납부에 쓸 수 있답니다. 다만 현금의 형태가 아닐 뿐, 카드 포인트도 똑같은 내 돈이라는 점에서 세금을 ‘절약’하는 방법은 아니라는 반론도 나올 수 있겠네요.

전자송달·자동납부 세액공제도 챙기세요

지방자치단체(지자체)별 세액공제 혜택을 챙기는 건 기본이죠. 아직도 종이 고지서를 받으시는 분들은 전자송달을 신청해 보세요. 위택스(Wetax) 홈페이지에 들어가 부가서비스→고지서 전자송달→전자송달 신청 탭을 차례로 누르면 어렵지 않게 신청할 수 있답니다. 전자송달은 재산세와 주민세, 자동차세, 등록면허세 등 지방세 정기세 세목에 대한 고지서를 전자사서함이나 이메일, 모바일 앱 등으로 발송해 주는 서비스입니다. 신청서를 접수한 다음 달부터 적용되니 지금 해 놓아야 9월 재산세 납부 때 혜택을 받을 수 있어요.

전자송달을 신청하면 고지서 장당 250~800원까지 지자체별 조례에서 정한 금액으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자동납부까지 함께 신청하면 공제액이 건당 500~1,600원까지 커집니다. 겨우 그것밖에 안되냐고요? 자, 생각해 보세요. 재산세는 1년에 두 번 고지되고, 전자송달·자동납부 세액공제는 고지 건당 적용되니 지역에 따라 총 공제액은 1,000~3,200원까지 커집니다. 만약 집을 공동명의로 소유하고 있다면 배우자에게도 재산세 고지가 따로 이뤄지므로 합쳐서 2,000~6,400원이나 절약할 수 있죠.

재산세 부담은 여전히 '우상향' 중

정부도 서민의 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팔을 걷고 나섰습니다. 6월 행정안전부가 재산세 과세표준이 되는 공시가액비율을 1주택자에 한해 60%에서 45%로 낮추기로 한 게 대표적인데요. 재산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하기 위한 조치였어요. 이렇게 하면 공시가격이 지난해 9억 원에서 올해 10억 원으로 올랐더라도 재산세는 227만 원에서 203만 원까지 낮아진다는 게 정부 시뮬레이션이었습니다. 집값은 비싸졌지만 세금이 부과되는 금액이 5억4,000만 원에서 4억5,000만 원으로 오히려 줄기 때문이죠. 전국적으로는 주택 1호당 평균 재산세가 36만1,000원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도 했어요.

그렇지만 실제 고지서를 받아 든 시민들은 아직 효과를 크게 체감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서울시만 봐도 재산세 부담은 계속 커지는 추세입니다. 올해 서울시 7월분 재산세 부과액은 2조4,37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 부과액(2조3,098억 원)보다 1,276억 원 많았어요. 건축물, 항공기 등을 뺀 주택분 재산세만 따져 봐도 지난해 1조6,546억 원에서 1조7,380억 원으로 5%(834억 원) 정도 늘었지요. 올해 공시가격이 공동주택 기준 14.22%나 급등하면서 정책 효과를 상쇄했다는 분석이 많아요. 주택 재산세 연간 상승률도 공시가격에 따라 제한되는데 6억 원 이하(10%)와 초과(30%) 주택의 차이가 커서 올해 처음 6억 원을 넘긴 집은 세 부담이 크게 늘었을 가능성이 크고요.

결국 당분간은 손품, 발품을 더 팔아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 귀찮고 고생스러워 보이지만 한 푼 두 푼 아끼는 보람이 생각보다 크고 꽤 재미있답니다. 다음 달엔 재산세 절세로 ‘티끌 모아 치킨값 벌기’에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요?

강유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