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한 사람들)'의 한숨이 깊어지는 계절입니다. 불어나는 이자 부담에 안 그래도 등골이 오싹한데, 매년 이맘때가 되면 재산세로 목돈을 지출해야 하니까요. 올해 주택분 재산세는 7월 16일~8월 1일 절반을 내고, 잠시 숨 고르기 한 다음 9월 16~30일 나머지 절반을 내야 합니다.
세금은 고지서에 찍힌 금액을 정확하게 납부해야 하죠. 은행이나 우체국 창구를 직접 방문하거나 계좌이체를 하는 방식이 정석이지만, 찾아보면 몇 천 원, 많게는 몇만 원까지 절세 효과를 누릴 방법이 많답니다. 재산세 아끼는 ‘세테크 꿀팁’, 기자가 정리해 봤습니다.
고수들 사이에서 유명한 절세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백화점상품권을 잔뜩 쟁였다가 세금 납부에 활용하는 건데요. 전국 모든 지역에서 아무 백화점상품권이나 쓸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이전엔 롯데백화점 상품권으로도 부산 등에서 지방세를 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서울에서, 신세계백화점 상품권만 가능합니다. 한도는 1인당 120만 원. 부부 공동명의일 경우엔 240만 원까지 쓸 수 있어요.
방법이 조금 복잡하니 잘 따라오세요. ①먼저 휴대폰 이마트몰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해 ‘상품권 전환’ 탭을 누르세요. ②팝업창에 상품권 번호와 PIN 번호를 입력하면 상품권 액수만큼 신세계그룹 사이버머니인 ‘SSG머니’가 충전됩니다. ③이후 서울시 세금 납부앱인 ‘스탁스(STAX)’에 들어가 로그인한 다음 ‘SSG머니 가져오기’를 클릭하면 SSG머니를 세금 마일리지로 전환해 ④세금 납부 시 현금처럼 쓸 수 있습니다. 신용카드 등 다른 수단과 섞어서 결제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상품권을 저렴하게 구할수록 세금을 많이 아낄 수 있겠죠? 선물이나 사은품으로 받아둔 상품권이 많다면 좋겠지만, 오프라인 상품권거래소나 온라인 거래를 통해서도 잘 하면 5~10%까지 저렴하게 상품권을 살 수 있어요. 이맘때쯤 인터넷 커뮤니티나 중고거래 사이트에 신세계백화점 상품권을 대량으로 사고팔거나, 타 백화점 상품권과 교환하려는 글이 유독 많이 올라오는 이유랍니다. 입소문이 나면서 지난해 7월 SSG머니를 통한 서울시 세금 납부액이 전년 대비 108%나 늘기도 했대요.
주의할 점은 이번 달이 ‘막차’라는 거예요. SSG닷컴에서 9월 1일부로 SSG머니의 STAX마일리지 전환을 종료하기로 했거든요. “간편결제 사업자 중 선불 충전금 기반의 지방세 납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없는 만큼 업계 기조를 맞추기 위한 결정”이라는 게 SSG닷컴 측 설명입니다.
상품권 절세를 계획하셨던 분들은 서둘러 움직여야겠습니다. 이번 달 31일 전까지 상품권을 긁어모아 SSG머니→STAX마일리지 전환을 마쳐 놓아야 9월 이후 세금 납부 때 계획한 대로 쓸 수 있어요. 남은 마일리지를 다시 SSG머니로 교환하는 서비스는 내년 1월 말까지 유지한다고 하니 이 점도 참고하세요.
보유한 신용·체크카드로도 어느 정도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거의 모든 카드사가 2~7개월 정도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제공하고, 일부는 재산세 납부 기간에 맞춰 현금 환급(캐시백), 포인트 적립, 선물 증정 등 특별 이벤트도 진행합니다. 지난달 1차 재산세 납부 때 신한카드는 체크카드 납부 시 납부 금액의 0.17%를 현금으로 돌려줬고요, KB체크카드로 내면 0.2%를 포인트로 쌓을 수 있었지요.
기자처럼 매일 아침 카페인 연료 주입이 필수인 분들은 커피 기프티콘을 집중 공략해 볼까요? 결제 금액에 따라 아메리카노, 케이크 세트 등 카페 기프티콘을 증정하는 카드 회사가 부쩍 많아졌거든요. 지난달 삼성카드는 재산세 30만 원 이상 일시불 결제 시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2잔(9,000원 상당)을, KB국민카드는 60만 원 이상 결제 시 가나슈케이크와 아메리카노 세트(1만200원 상당)를 줬어요. 조건에 맞는 카드가 있다면 1.7~3%까지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셈이죠. 재산세는 건별로 부과되니 보유한 주택이나 건물이 여러 채인 분은 다양한 카드를 요리조리 조합해 혜택을 극대화할 최적의 방법을 찾아봅시다.
이쯤에서 떠오르는 궁금증 하나. 카드 회사들은 왜 이런 이벤트를 하는 걸까요? 영업 이익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은데요. 혜택 자체도 소소하고 귀여운 수준이잖아요. 한 카드사 홍보 담당자의 설명입니다. “재산세 납부 이벤트는 일종의 ‘방어 장치’로 볼 수 있어요. '다른 카드에는 있는 혜택이 왜 내 카드엔 없느냐'는 불평과 함께 고객이 떠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한 거죠. 일부 무(無)실적 카드를 유(有)실적으로 전환하는 부수적 효과도 있긴 합니다.”
별개로 그간 쌓아놨던 카드 포인트도 세금 납부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신한카드의 ‘마이신한포인트’는 위에서 언급한 SSG머니처럼 STAX마일리지로 전환할 수 있어요. 현대카드의 M포인트는 1.5포인트당 1원으로 환산해 세금 납부에 쓸 수 있답니다. 다만 현금의 형태가 아닐 뿐, 카드 포인트도 똑같은 내 돈이라는 점에서 세금을 ‘절약’하는 방법은 아니라는 반론도 나올 수 있겠네요.
지방자치단체(지자체)별 세액공제 혜택을 챙기는 건 기본이죠. 아직도 종이 고지서를 받으시는 분들은 전자송달을 신청해 보세요. 위택스(Wetax) 홈페이지에 들어가 부가서비스→고지서 전자송달→전자송달 신청 탭을 차례로 누르면 어렵지 않게 신청할 수 있답니다. 전자송달은 재산세와 주민세, 자동차세, 등록면허세 등 지방세 정기세 세목에 대한 고지서를 전자사서함이나 이메일, 모바일 앱 등으로 발송해 주는 서비스입니다. 신청서를 접수한 다음 달부터 적용되니 지금 해 놓아야 9월 재산세 납부 때 혜택을 받을 수 있어요.
전자송달을 신청하면 고지서 장당 250~800원까지 지자체별 조례에서 정한 금액으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자동납부까지 함께 신청하면 공제액이 건당 500~1,600원까지 커집니다. 겨우 그것밖에 안되냐고요? 자, 생각해 보세요. 재산세는 1년에 두 번 고지되고, 전자송달·자동납부 세액공제는 고지 건당 적용되니 지역에 따라 총 공제액은 1,000~3,200원까지 커집니다. 만약 집을 공동명의로 소유하고 있다면 배우자에게도 재산세 고지가 따로 이뤄지므로 합쳐서 2,000~6,400원이나 절약할 수 있죠.
정부도 서민의 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팔을 걷고 나섰습니다. 6월 행정안전부가 재산세 과세표준이 되는 공시가액비율을 1주택자에 한해 60%에서 45%로 낮추기로 한 게 대표적인데요. 재산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하기 위한 조치였어요. 이렇게 하면 공시가격이 지난해 9억 원에서 올해 10억 원으로 올랐더라도 재산세는 227만 원에서 203만 원까지 낮아진다는 게 정부 시뮬레이션이었습니다. 집값은 비싸졌지만 세금이 부과되는 금액이 5억4,000만 원에서 4억5,000만 원으로 오히려 줄기 때문이죠. 전국적으로는 주택 1호당 평균 재산세가 36만1,000원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도 했어요.
그렇지만 실제 고지서를 받아 든 시민들은 아직 효과를 크게 체감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서울시만 봐도 재산세 부담은 계속 커지는 추세입니다. 올해 서울시 7월분 재산세 부과액은 2조4,37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 부과액(2조3,098억 원)보다 1,276억 원 많았어요. 건축물, 항공기 등을 뺀 주택분 재산세만 따져 봐도 지난해 1조6,546억 원에서 1조7,380억 원으로 5%(834억 원) 정도 늘었지요. 올해 공시가격이 공동주택 기준 14.22%나 급등하면서 정책 효과를 상쇄했다는 분석이 많아요. 주택 재산세 연간 상승률도 공시가격에 따라 제한되는데 6억 원 이하(10%)와 초과(30%) 주택의 차이가 커서 올해 처음 6억 원을 넘긴 집은 세 부담이 크게 늘었을 가능성이 크고요.
결국 당분간은 손품, 발품을 더 팔아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 귀찮고 고생스러워 보이지만 한 푼 두 푼 아끼는 보람이 생각보다 크고 꽤 재미있답니다. 다음 달엔 재산세 절세로 ‘티끌 모아 치킨값 벌기’에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