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올해 연말에 폐쇄하려던 원자력발전소의 수명 연장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시사했다. 독일은 강력한 탈원전 정책을 펴왔지만,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에 '일단 후퇴'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숄츠 독일 총리는 3일(현지시간) 원전 수명 연장 가능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원전은 전력 생산 중 작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그럼에도 수명 연장은) 타당할 수 있다"고 답했다. 단계적 원전 폐지 정책에 따라 현재 원전 3기만 가동 중인데, 이는 독일 전체 전력 생산의 6% 정도를 차지한다. 숄츠 총리는 "독일의 모든 시민과 기업에 에너지 공급 보장을 위해 최상의 방법을 제시하겠다"고도 강조했다.
독일의 '원전 잠정 회귀'는 예고된 수순이다. 원전을 더 가동해도 안전상 위험은 없는지 등을 정부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고, 정부 관계자들이 원전 재가동 가능성을 흘려왔다. 숄츠 총리가 원전 수명 연장 가능성을 열어 둔 것이 처음으로, 독일 정부가 사실상 결단을 내렸다는 뜻일 수 있다.
더구나 숄츠 총리가 발언한 장소는 가스관 터빈 공장이었다. 러시아가 독일과 러시아를 잇는 가스관의 터빈 보수를 핑계로 가스 공급을 줄이는 상황을 부각하여 원전 수명 연장의 불가피함을 설득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숄츠 총리는 "가스관 설비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면서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로 유럽을 옥죄고 있다고 강력 비판했다.
독일 여론도 정부의 에너지 정책 후퇴에 우호적이다. 독일 언론 빌트가 지난달 19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4%가 "원전을 더 오래 운영해야 한다"는 쪽에 섰다.
탈원전 노선 자체를 전면 수정하는 것은 아니다. 숄츠 총리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이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지만, (전환이) 충분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원전을 더 사용하는 것이 임시 방편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다만 임시 대책이라도 실제 확정되기까지는 진통이 불가피하다. 일단 신호등 연정의 한 축으로, 반핵 운동에 뿌리를 둔 녹색당이 강력 반대한다. 기후위기 대응을 선도하던 독일의 위신에 상처가 나는 것도 문제다. 독일은 폐쇄했던 석탄 발전소를 지난 1일부터 다시 가동하고 있다. 독일 싱크탱크 '아고라 에너지전환'은 "올해 독일의 탄소 배출량은 2,000만~3,000만 톤가량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