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접종 후 자가면역 간 질환 발생 국내 첫 확인

입력
2022.08.03 20:57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자가면역 간 질환’이 발생한 사례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인됐다.

이순규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ㆍ성필수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연구팀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환자의 간 조직 검사 결과, 자가면역간 질환을 일으키는 T세포가 발현됐음을 증명했다.

이는 간 질환 분야 국제 학술지 ‘간장학 저널(Journal of Hepatology)’에 사례를 발표했다.

이는 올해 4월 독일 프라이부르크대 연구팀이 동일 학술지에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이에 대한 특이 CD8+ T세포가 간 손상을 일으키며, 이로 인해 자가면역 간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획기적인 연구 결과를 뒷받침하는 국내 첫 사례다.

특히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자가면역성 간염과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이 동시 발생하는 간 중복 증후군(Overlap syndrome)은 세계 최초 보고다.

환자는 기저 질환이나 술, 간 질환과 관련한 약을 복용한 적이 없는 57세 여성으로, 전신 쇠약감을 느껴 서울성모병원에 의뢰됐다.

1회 차 코로나19 백신 접종 2주 후 피곤함과 전반적으로 기력이 약해져 병원을 찾았고 신체검사 결과는 정상이었다.

평소 정기 건강검진에서 간 기능 수치가 정상이었지만, 이번 내원 시 시행한 혈액검사 결과 간 질환을 진단하는 간 수치가 상승했다는 소견이 확인됐다.

원인 감별을 위해 시행한 검사에서 A·B·C·E형 간염과 거대 세포 바이러스, 단순 헤르페스 바이러스 1ㆍ2형 등의 바이러스성 간염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고, 간 초음파검사에서도 특이 소견은 없었다.

그러나 자가항체 검사에서 항핵항체 양성, 항미토콘드리아 항체 양성을 보여 간 중복 증후군을 포함하는 자가면역 간 질환 가능성이 높음을 확인했다.

이에 진단을 위해 진행한 간 조직 검사 결과 면역세포인 T세포가 간문맥에 집중되며 침윤을 일으키고 간 조직을 괴사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형질세포의 침윤, 조각 괴사와 간문맥의 염증과 괴사가 문맥 주변까지 확장된 듯한 계면 간염 및 비화농성 담관염 소견을 보여 자가면역 간 질환의 세부 질환인 자가면역성 간염과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이 동시에 진행되는 간 중복 증후군임을 확인했다.

환자는 이러한 소견을 종합해 간 중복 증후군의 진단 기준에 합당해 고용량 우르소데옥시콜산(UDCA)을 포함한 집중 치료 2주 만에 정상 간 수치를 회복했다.

이순규 교수는 “이번 연구로 백신 접종 후 면역반응에 의한 간 손상, 간 기능 이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메커니즘의 실마리를 제공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며 “따라서 환자 진료 시 자세한 문진과 검사로 이를 감별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다만 “접종 후 간 질환 발생은 매우 드문 사례이므로, 코로나19 감염과 중증 위험을 줄이는 이득이 더 큰 백신 접종을 꺼릴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성필수 교수는 “이 논문은 백신 접종 후 간 중복 증후군에 대한 최초 보고로, 면역 반응과 면역 간 질환에 대한 주의 깊은 관찰과 확인이 필요하며, 앞으로도 이러한 간 질환 연구를 지속해 환자에게 도움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자가면역 간 질환은 면역체계 이상으로 본인 간세포도 유해한 것으로 판단해 스스로 염증을 만드는 질환이다. 발병 초기는 피로감ㆍ오심ㆍ구토ㆍ식욕 부진이 나타난다.

황달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일부 환자는 증상이 전혀 없기도 해 초기에 발견하지 못하고 부종ㆍ혈액 응고 장애ㆍ정맥류 출혈 같은 합병증이 나타나서야 병원을 찾기 마련이다.

한 개의 검사로 진단할 수 없어 진단이 어려울 때가 많다. 혈액검사, 간 조직 검사 등 다양한 검사를 종합하고 점수를 매겨 진단한다. 병변 부위에 따라 간세포가 손상되는 자가면역 감염과 담도 및 담도세포가 손상되는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 원발성 경화성 담관염 등이 있다. 2가지 이상 질환이 발병하는 중복 증후군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 중 자가면역 간염은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15년 내 환자의 절반가량이 간경변으로 악화한다. 하지만 초기에 진단ㆍ치료하면 결과가 좋고 각 질환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다르므로 조기 진단하고 적절히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