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절차 무시한 비대위 강행, 이게 쇄신인가

입력
2022.08.0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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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이르면 5일 상임전국위원회, 9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비대위원회 출범을 서두르고 있지만 절차적 하자 지적과 이견이 분출하고 있다. 이미 사퇴를 밝힌 최고위원들이, 비대위 의결 권한이 있는 전국위를 소집하기 위해 2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것부터 문제다. “당헌당규상 권한대행 체제가 맞다”고 했던 서병수 전국위 의장도 슬그머니 입장을 바꿨다. 절차를 무시하며 밀어붙이니 누구라도 ‘이준석 찍어내기’로 보지 않겠나. 이런 비대위가 쇄신 동력이 될 리 만무하다. 지도부가 윤핵관으로 바뀔 뿐 당내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분란은 커질 게 뻔하다.

의도가 불순하니 논란이 끊이지 않고 법적 분쟁이 예상되는 게 놀랍지 않다. 차기 당권 주자들은 신속한 비대위 정비 후 9, 10월께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친이준석 의원들은 이 대표의 징계 기간이 끝나는 내년 1월 이후 전당대회를 주장하며 맞붙었다. 서 의장은 “비대위가 출범하면 이 대표는 자동해임되는 것으로 해석한다”고 못 박았는데, 이 대표가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느냐는 말이 벌써 나온다.

의원들은 1일 의총에서 비대위를 결정하고도 납득 못하겠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당 혁신위원장인 최재형 의원은 3일 “최고위원 자진사퇴로 비상상황을 야기해 자의적으로 비대위로 전환하는 것은 당원 민주주의에 반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용태 청년최고위원은 “더불어민주당의 위장 탈당을 비난했었는데 이제 우리 당 최고위원들의 위장 사퇴 쇼를 목도하니 환멸이 느껴질 따름”이라고 했다. 친이준석계의 주장이긴 해도 원칙적으로 옳은 지적이다.

당에서는 대통령실 참모진 쇄신 요구가 나오는데, 사실 가장 큰 책임은 “내부 총질” 문자로 논란을 만든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다. 윤 대통령은 당을 장악하고 무리하게 이 대표를 찍어내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불통 국정, 정책 뒤집기 등을 바로잡아 국민 지지를 회복하는 게 우선이다. 국민의힘은 절차적 민주주의를 짓밟은 무리한 비대위는 또 다른 문제를 부를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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