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앞바다를 자유롭게 뛰놀던 남방큰돌고래 '비봉이'가 고깃배에 잡힌 건 2005년. 제주 수족관 퍼시픽랜드의 좁디좁은 수족관으로 옮겨진 비봉이는 그렇게 자유를 빼앗겼다. 우영우를 분노케 한 '수족관 돌고래'에서 넓디넓은 바다로 해방되기까지 17년. 이제야 비봉이는 비슷한 피부색, 덩치, 식성을 가진 남방큰돌고래 무리 곁으로 돌아갈 날을 앞두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3일 비봉이를 남방큰돌고래 약 120마리가 살고 있는 제주 연안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해양 방류를 본격 준비한다고 밝혔다. 우영우가 말한 삼팔이, 춘삼이, 복순이 등 수족관에서 지내다 원래 보금자리를 되찾은 남방큰돌고래 7마리처럼 말이다.
비봉이는 남방큰돌고래 중에선 유일하게 남아 있는 수족관 돌고래다. 퍼시픽랜드가 지난해 12월 문을 닫으면서 오갈 데 없자 해수부, 호반호텔앤리조트(퍼시픽랜드 모기업), 시민단체 ‘핫핑크돌핀스’ 등은 비봉이의 해양 방류 계획을 세웠다.
현재 비봉이는 사육 수조 내에서 살아 있는 물고기를 직접 사냥하는 법까지 터득했다. 수족관 돌고래로 길들여진 비봉이가 야생 바다에서 굶어죽지 않게 하려는 훈련이다. 앞으로 비봉이는 제주 연안 가두리 훈련장에서 남방큰돌고래 무리와 친해지는 과정을 거친 후 최종적으로 풀려날 예정이다.
비봉이는 자유를 찾지만 아직 국내 수족관에는 21마리의 돌고래가 머물고 있다. 러시아에서 온 새하얀 벨루가 5마리, 일본에서 수입한 큰돌고래 16마리다. 국내 수족관이 전시 목적으로 구입한 돌고래로 우영우의 분노는 끝나지 않은 셈이다. 사기업 소유인 데다, 원래 서식지인 러시아·일본에 풀어주기도 쉽지 않아 비봉이처럼 해양 방류는 어려운 상황이다.
해수부는 이 돌고래들이 최대한 자연과 가까운 환경인 바다 가두리 훈련장 등에서 지내는 방안을 수족관들과 협의 중이다. 또 수족관들은 전시를 위해 새 고래류를 반입할 수 없다.
해수부 관계자는 "과거엔 교육 등을 위해 돌고래 수입 등을 용인했지만 이제는 동물 복지를 더 강조하는 추세"라면서 "수족관 동물이 스트레스를 받는 행위, 관찰 및 관광 시 해양동물의 이동·먹이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위반 시 처벌 등 해양 동물 안전을 위한 규정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