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에 해고된 軍 이발사 부당해고 주장했지만 패소...이유는?

입력
2022.08.03 11:30
대법원 "신청 전 근로자 아니면 구제신청 못해"
"해고무효·미지급 임금, 민사로 해결해야"

육군의 한 보병사단에서 이발사로 일하던 A씨는 2018년 4월 사단으로부터 갑작스레 해고 통지를 받았다. 4년 정도 일했던 간부 이발소가 적자를 이유로 문을 닫게 됐기 때문이다. 한 달 회비 8,000원을 내면 두 번 이발이 가능했는데, 사단 측은 이를 1만 원으로 올리는 방안까지 검토해봤지만, 간부들 반대 등에 부닥쳐 결국 이발소를 없애기로 결론냈다.

졸지에 일자리를 잃은 A씨는 부당해고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중앙노동위원회는 "A씨가 복직할 곳이 사라졌다"며 재심신청을 기각했고, 그는 중노위를 상대로 행정소송(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법원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복직 대상이 없어졌더라도, 부당해고가 맞다면 다른 군사시설 이발소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게 A씨 주장이었다.

폐업 후 부당해고 소송…대법원 "노동자 보호 못 받아"

1심 법원은 A씨가 중노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없다면서 각하 판결을 내렸다. 복직할 수 있는 곳이 폐업으로 사라진 상황에서 부당해고 여부를 굳이 따질 필요가 없다고 본 것이다.

2심 법원은 다른 결론을 내렸다. '정년이 지났더라도 부당한 해고라는 사실을 확인해줄 필요가 있다'는 2020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근거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A씨가 복직을 못하더라도 해고가 무효임을 확인함으로써 받지 못한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판단은 2심과 또 달랐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A씨가 구제신청을 했을 당시 복직할 곳이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신청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부당노동행위 구제명령 신청이 가능한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첫 대법원 판결이기도 했다.

대법원은 "폐업이 A씨의 구제신청보다 앞서는지 여부 등을 심리해 A씨에게 구제명령을 받을 이익이 있었는지 판단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기 전에 폐업에 따라 근로자 지위가 없어졌기 때문에 노동위로부터 구제 명령을 받을 이익도 없어졌다는 것이다. 2심 법원이 내세웠던 2020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해서도 A씨에게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더불어 대법원은 A씨가 민사소송을 먼저 제기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이미 근로계약관계가 종료한 경우에도 근로자의 근로이익을 인정할 경우 형사처벌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되고 이는 행정법규 해석원칙 등에 반한다"고 설명했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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