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일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1년 앞당기는 학제개편안에 대해 "중요한 국가 교육정책 발표에서 교육청을 허수아비로 취급했다"며 정책을 철회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조 교육감은 교육부가 지난달 2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학제개편안을 공개하기에 앞서 시도교육청과 협의를 거치지 않은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조 교육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교육부의 '교육청 패싱'과 '졸속' 학제개편안에 대해 상당한 유감을 표한다"며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하고 아동의 발달 단계에도 맞지 않는 무리한 학제개편안은 철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교육 시작 시기를 앞당겨 '출발선의 평등'을 이루겠다는 교육부의 논리도 반박했다. 조 교육감은 "국가는 이미 유아 공교육을 책임지고 있다"며 "누리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고, 그 결과 현재 유아의 93.3%가 유아교육기관에 취원하고 있다"고 했다. 만 5세 아동을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는 건 아동의 발달 단계에도 맞지 않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조 교육감은 "개편안은 이론적으로도 설득력이 없고, 그 근본 취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만 5세 아동이 유치원이 아닌 초등학교에 진학하면 '돌봄 공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도 입을 열었다. 조 교육감은 이날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학부모의 돌봄 부담을 만 5세의 초등학교 입학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전혀 대책이 아니다"라며 "초등 돌봄시간의 확대와 동시에 돌봄의 질을 높이는 게 시급한 과제"라고 했다.
정부가 유·초·중등 교육을 등한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내놨다. 조 교육감은 정부가 유·초·중등 교육에 쓰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일부를 대학 재정에 사용하기로 결정한 점을 짚으며 "윤석열 정부는 유·초·중·고 교육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듯하다"는 비판도 이어갔다.
조 교육감은 학제개편안은 정부가 성급히 결정할 게 아니라 중장기 교육 정책 방향을 정하는 국가교육위원회에서 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 교육감은 "곧 출범하는 국가교육위에 모여서 새로 협의를 하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도교육감협의회장인 조 교육감은 국가교육위원회 당연직 위원이나, 학제개편안에 대한 17개 시도교육감의 입장은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