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벌(Queen Bey·비욘세의 애칭)이 돌아왔다. 여성 음악가 중 미국 그래미 최다 수상자(28회)이자 현존하는 팝계 최고의 디바로 꼽히는 비욘세(41)가 6년 만에 새 앨범 ‘르네상스’를 1일 발표했다. ‘르네상스’는 2016년 발매돼 평단의 극찬을 받았던 6집 ‘레모네이드’를 잇는 앨범으로, 남편인 래퍼 제이지와 함께 듀오 형태로 냈던 ‘에브리싱 이스 러브’ 이후로는 4년 만의 작품이다.
전 세계 대중음악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톱스타가 모처럼 내놓은 앨범이어서 미국 현지에선 발매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내년 그래미어워즈 ‘올해의 앨범상’ 수상작을 예측하는 사이트에선 발매 한 달 전인데도 6위에 오를 정도였다. 미국 음반업계는 ‘르네상스’가 발매 첫 주 27만5,000장에서 31만5,000장가량 팔릴 것으로 전망한다. 이변이 없는 한 빌보드 종합 앨범 차트인 ‘앨범 200’ 1위 자리에 곧바로 오를 만한 수치다. 비욘세는 솔로 앨범 6장을 모두 빌보드 앨범 200 차트 1위에 올려놓았는데 솔로 가수로는 유일한 기록이다.
3년에 걸쳐 제작된 ‘르네상스’에는 앨범 2개 분량에 달하는 16곡이 수록됐다. 빌보드 종합 싱글 차트 ‘핫100’ 톱10에 5주 연속 오른 첫 번째 싱글 ‘브레이크 마이 솔’을 비롯해 ‘커프 잇’ ‘서머 르네상스‘ ’퓨어/허니’ ‘에일리언 슈퍼스타‘ ‘처치 걸’ 등이 담겼다. 캐나다 출신 인기 래퍼 드레이크를 비롯해 펑크(funk)의 전설 나일 로저스, 솔 가수 래피얼 서디크 등 세계적 아티스트들이 참여해 앨범을 빛냈다.
3부작으로 예정된 프로젝트 중 첫 번째에 해당하는 ‘르네상스’는 비욘세가 팬데믹과 만나 만든 작품이다. 비욘세는 이 앨범에 대해 “‘르네상스’ 작업은 전 세계가 무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때에 현실에서 벗어나 꿈을 꿀 수 있게 해줬고, 많은 것이 멈춰 있던 세상에서 자유와 모험을 느낄 수 있게 해줬다”고 설명했다. “판단에서 자유로운 장소, 안전한 장소, 완벽함이나 지나치게 많은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장소, 소리 지르고 자신을 풀어주며 자유를 느낄 수 있는 장소를 만드는 것이 제작 의도였다"면서 “아름다운 탐구의 여정이었다”고 덧붙였다.
비욘세가 가리킨 자유의 장소 중 하나는 '클럽'이다. ‘르네상스’는 1970년대의 디스코에서 1990년대의 댄스 음악까지 흑인 문화와 클럽 문화가 남긴 유산에 존경을 바친다. 도너 서머의 ‘아이 필 러브’를 샘플링한 ‘서머 르네상스’에서 나일 로저스의 리듬감 넘치는 기타와 실라 E의 드럼이 인상적인 ‘커프 잇’, 가수 겸 배우 그레이스 존스와 함께한 ‘무브’ 같은 곡들에서 비욘세의 의도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디스코 음악을 비롯해 성소수자 문화에 대한 깊은 애정도 담았다. 여기에는 비욘세의 가족사가 담겨 있는데, 어릴 적 그에게 음악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적잖은 영향을 준 이가 '엉클 조니'다. 동성애자였던 삼촌 조니는 20여 년 전 세상을 떠났다. 그는 앨범 소개 글에서 삼촌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엉클 조니'가 알려준 문화와 음악은 이 앨범을 제작하는 데 많은 영감을 줬다”고 언급했다.
관심이 뜨거운 만큼 잡음도 나온다. ‘히티드’라는 곡에 쓰인 단어 ‘spaz’는 발매 직후 장애인 비하 논란을 일으켰다. 장애인 인권 운동 단체에서 이 단어가 뇌성마비를 뜻하는 형용사 ‘spastic’에서 유래했다며 뇌성마비 장애인을 비하하는 단어라고 지적한 것이다. 맥락상 장애인 비하 의도를 찾아보기 어려운 데다 이 단어가 ‘질겁한’ ‘정신 나간’ 등의 뜻으로 자주 사용된다는 옹호 의견도 있지만 비욘세 측은 즉각 가사를 수정해 재녹음하겠다고 발표했다.
철저히 대중적이면서도 예술적인 이 앨범에 대해 영미권 매체들은 극찬을 쏟아내고 있다. 미 일간 LA타임스는 “’르네상스’가 나왔으니 올해 나온 가장 중요한 음악에 대해 다시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고 했고, 미 연예전문매체 버라이어티는 “클럽 문화의 영향이 짙은 걸작”이라고 치켜세웠다. 미국 대중문화 전문매체 롤링 스톤은 “비욘세는 거대한 상업적 왕국을 확장하면서도 예술적으로 진화해온 거의 유일한 팝스타”라고 극찬하며 ‘르네상스’에 별 4개 반(5개 만점)을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