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기후 위기 관련 집회∙시위가 과격해지고 있다. '지금 당장, 높은 강도로' 조치를 해도 부족한데 각국 정부와 국제사회 대응은 미온적이니, 더 자극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다는 게 운동가들의 입장이다.
독일 베를린에서는 4일(현지시간) '고속도로 시위 콘서트'가 열린다. 음악인 100명가량이 참여한다. 시위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베를린에 고속도로를 새로 짓지 말라"는 것. 기후 위기가 심각한데 이산화탄소 배출 주범인 고속도로를 신규 건설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게 이들 생각이다. 콘서트 시작은 퇴근 행렬이 시작되는 오후 4시 30분. 교통 마비가 예상된다. 경찰은 안전을 이유로 비교적 덜 붐비는 도로로 장소 이동을 권하고 있다.
독일 기반 단체 '마지막 세대'도 고속도로 이용을 막기 위해 분투 중이다. 베를린의 고속도로 진입로에 주저앉는 데서 나아가, 접착제를 활용해 자신의 신체를 도로에 붙이는 시위를 올해 초부터 꾸준히 하고 있다. 시위를 중단시키려면 기름, 아세톤, 주걱 등을 이용해 접착제부터 제거해야 한다는 뜻이다. 단체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속도 제한 규정 신설, 화석연료 투자 중단 등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항의는 계속된다"고 했다. 이들은 기업의 송유관을 차단하는 시위도 했었다.
이탈리아에서 활동하는 '마지막 세대' 운동가들은 지난달 22일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에 있는 산드로 보티첼리의 작품 '봄'을 시위 대상으로 삼았다. 접착제 바른 손을 작품에 붙인 것. 특수유리가 씌워져 있어서 작품이 망가지지는 않았지만 워낙 거장의 작품이라 전 세계의 이목을 끄는 데 성공했다. 단체는 성명에서 "예술적 유산을 보호하듯 지구를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
'멸종 위기'라는 단체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한창이던 6월 말 뮌헨의 한 건물 지붕에 올라가 'G7과 블랙록이 지구를 파괴하고 있다'고 쓰인 현수막을 흔들었다. 블랙록은 석탄 관련 투자를 하는 자산운용사다. 해당 건물도 블랙록이 있는 곳이었다.
이들은 기후 위기에 대한 즉각적이고 강력한 대응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과격하고, 특이한 형태의 시위를 동원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본다. 베를린사회과학연구소 시민사회연구센터 소속 다니엘 살디비아 곤자티 박사는 인터뷰에서 "급진적 항의가 급진적 변화를 이끌어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고, 실제로 정책으로 연결되는 흐름도 있기 때문에 시위가 더욱 빈번해지고 과격해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지나치게 과격해지면 '메시지'보다 '행위'에 대한 주목도만 높일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