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욕하는 플랫폼 ' 제안한 이재명, 부작용 모르나

입력
2022.08.0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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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당권주자인 이재명 의원의 구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달 30일 “의원들을 공개적으로 욕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당원들이 의사를 표현할 통로가 없어 의원들의 전화번호를 알아내 문자를 보낸다며 ‘오늘 가장 많은 비난을 받은 의원’ ‘이달의 가장 많은 항의를 받은 의원’ 꼽기 식으로 양성화하자는 주장이다. 이에 당권 경쟁 중인 박용진 의원은 “소신을 숫자로 겁박하려는 의도”라고, 강훈식 의원은 “온라인 인민재판”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 의원의 제안을 당원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이나 직접민주주의를 확대하자는 취지로 이해한다 해도 위험한 주장이다. 안 그래도 ‘개딸’(개혁의 딸) ‘양아들’(양심의 아들) 같은 이 의원 측 강성지지층이 반대 목소리를 윽박지르고 위축시켜 공론의 장을 위협한다는 지적을 받는 마당이다. 그 자신이 ‘가족 욕설’로 곤욕을 치른 데다 문파(文派·문재인 전 대통령 지지층)로부터 극성 팬덤정치의 폐해를 경험한 당사자 아닌가. 온라인 공간이 혐오의 배설장으로 변질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 의원은 최근 “저학력·저소득층에 국민의힘 지지자가 많다”고 말해 국민 편가르기 논란을 불렀다. 부인 김혜경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으로 조사받던 참고인이 숨진 데 대해선 “이재명과 무슨 상관이냐”며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무속 논란을 겨냥해 “무당의 나라가 돼서 그런지”라고 했다. 내막이 불분명하더라도 자신이 연루된 사건 관련자가 4명째 숨졌는데 최소한 애도를 표현했어야 마땅하다.

이 의원은 이달 말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유력한 당대표로 거론되고 있다. 차기 대선 후보를 꿈꾸는 정치 리더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말과 품행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1일 1실언”(조응천 의원)이란 지적대로 계속 구설에 오르는 건 신뢰의 위기를 부른다. 오죽하면 여당에서 ‘이재명 당대표’가 현실화하길 기대한다는 반응이 나오는지 곱씹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