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새벽, 인하대학교 어느 단과대 건물에서 한 학생이 추락해서 숨졌다. 이 사건은 새벽 3시 50여 분쯤 '학교에 사람이 쓰러져 있다'는 신고에 의해 드러나기 시작한다. 확보한 폐쇄회로(CC)TV에는 새벽 1시 30분쯤 누군가가 피해 학생을 부축해서 학교로 들어가는 장면이 찍혔고 그 건물에서는 가해자 휴대폰이 발견되었다. 피해자는 당일 사망하였고 가해자는 수사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을 두고 우리 관심사는 크게 몇 가지로 갈라진다. 누군가는 사인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하고, 누구는 가해자가 떠밀었는지를 밝히려 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성폭행이 있었는지와 더 나아가 불법촬영을 시도하였는지에 초점을 맞추기도 한다. 피해자는 죽었고, 가해자에게 어떤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에 대한 과정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만취한 듯한 심신상실 상태인 피해자를 부축해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찍힌 CCTV 덕분에 가해자가 합의된 성관계를 절대로 주장할 수 없다는 상황은 매우 다행이고, 준강간 혐의는 명확하다. 하지만 피해자가 사망하였기에 죄명 적용에 있어 추락의 고의성에 대해서는 수사를 통해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다. 다만 피해자가 수치심에 자발적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면, 만취한 몸속에 가득 찬 알코올도 수치심을 느낄 정도로 분해되는 데 고작 2시간이면 충분함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 수사와 재판을 더욱 지켜봐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것이 엄연히 우리 사회에서 발생한 일이고, 누군가의 배움의 장소이고, 누군가의 일터에서 발생한 일이기에 재범을 방지하기 위한 반성은 꼭 필요하다. 사건 직후, 사건 발생 장소이자 가해자와 피해자가 소속된 인하대는 순찰 인력 증원, CCTV 추가 설치, 야간에는 승인받은 학생만 건물 출입을 허용하겠다는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는 '대학교+성폭행+추락사' 사건에서 '대학교+추락사'에만 초점을 맞춘 대책이다. '학내+성폭행'에 대한 재발 방지 대안을 만들지 못하는 학교에서 학생들은 안전할 수 있을까? 어떤 범죄가 일어나든 우리 학교에서만 발생하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이 대학 당국 입장이란 말인가? 같은 맥락에서 여성민우회는 이러한 대책이 대학에 만연한 강간 문화와 20대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근본적 문제를 건드리지 못했다고 비판하였다. 그 비판은 정확하다. 하지만 지금 대학의 안전 수준은 인하대가 제시한 미봉책도 아쉬울 정도로 엉망이다. 밤늦은 시간까지 연구실을 지킬 때면 모르는 방문 판매원이 문을 열고 들어오기도 하고, 돈을 달라 협박하는 이들도 있으며, 단과대 복도에 놓인 학생들의 사물함이 털리기도 한다. 외부인이 화장실에서 음란행위를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학교는 여전히 아무 때나, 그리고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다.
학교의 범죄예방 정책은 범죄자가 내부인인 경우와 외부인인 경우를 구분하여 전략을 세워야 한다. 외부인에 의한 범죄라면 출입을 통제하는 전략만으로도 많은 것을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내부인 범죄라면 단순히 물리적 환경의 강화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교육과 시스템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인하대가 내놓은 순찰과 출입통제 전략은 학교 내 범죄가 외부인에 의해서 발생하는 경우에만 작동할 수 있는 예방이다. 애초에 내부인인 학생에 의해 발생한 사건을 두고 외부인을 통제하는 전략을 제시하였다는 것에 문제점이 있다.
대학교 내 학생들 간 성폭력 문제는 추락사보다 훨씬 빈번하다. 하지만 음란물로 성인지 감수성을 제대로 체득하지 못하고 들어온 신입생에 대한 교육은 방치되고 있다. 성폭력을 포함한 범죄에 대한 교육이 엄격하게 대학 문화에 스며들어야 한다. 힘든 고등학교 생활을 마치고 비싼 등록금을 내고 들어온 대학이다. 왜곡된 성문화와 안전에 둔감한 대학 행정이 학생들의 꿈과 미래를 짓밟지 말아야 한다. 인하대를 비롯한 우리 대학이 어떻게 외양간을 고치는지 학부모의 마음으로 지켜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