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호 신임 주중대사는 1일 "한국과 중국의 가장 큰 문제는 상대에 대한 인식이 나빠졌다는 것"이라며 양국 국민 간 악감정을 푸는 것을 우선 순위 과제로 꼽았다.
윤석열 정부 첫 주중대사로 부임한 정 대사는 이날 베이징 차오양구의 주중대사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상호 인식의 개선 없이 한중 관계의 미래는 보장할 수 없다"면서 "올해가 한중 수교 30주년인 것을 계기로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를 증진시켜 더욱 실질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협력 기반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해 중국이 경제 보복을 가하고, 한복과 김치를 중국 문화라고 주장한 것 때문에 누적된 '반중 정서'를 누그러뜨려야 미래 협력도 도모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정 대사는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국의 경계가 커지는 분위기를 의식한 듯 "형세와 국면이 모두 간단치 않은 상황"이라고 최근 한중 관계를 진단했다. 이어 "지난 몇 년간 국익이란 무엇이며, 또 국익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제 머릿속을 떠난 적이 없다"며 "국익 앞에서 대한민국 국민은 원팀이고 또 꼭 그래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사는 윤석열 정부의 대중국 외교 기조인 '상호 존중'과 관련, "한중 수교 공동성명에 기재된 핵심 원칙"이라며 "서로의 안보 주권, 민생, 정체성을 존중하는 관계로 발전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사드 배치 정상화 등 한국의 '안보 주권'을 중국도 존중해달라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아울러 정 대사는 "가까운 이웃이자 역내 주요 파트너인 중국과 공동이익 확대에 힘쓸 것"이라며 △경제력 △북핵 문제 △공급망 △보건 △미세먼지 등 다양한 이슈에서 바람직한 협조 체제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대사는 지난달 19일 톈진을 통해 중국에 입국했다. 입국 직후 '코로나19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베이징으로 이동하지 못하고 톈진에서 열흘간 격리된 끝에 대사관에 출근했다. 서울대 정치외교학교과 교수 출신인 정 대사는 역대 주중대사로는 드문 중국 전문가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