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용 선풍기 전자파 논란...정부 "인체에 무해" vs 시민단체 "정부가 안전 불감증"

입력
2022.08.0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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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휴대용 선풍기 전자파 검측 결과 발표
"국제표준의 2.2~37% 수준으로 인체무해"
시민단체 "4mG 기준 발암 위험 연구결과"

휴대용 선풍기의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정부 판단이 나왔다. 전자파가 검출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제 기준을 넘어서는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를 제기한 시민단체는 "정부가 안전 불감증에 빠졌다"고 반박했다.

정부 "휴대용 선풍기 20대, 인체보호기준 충족"

최우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전파정책국장은 1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휴대용 선풍기 전자파 검증결과'를 발표하며 "측정한 제품 모두 인체보호기준을 충족했다"고 밝혔다. 이번 검증은 시중에 유통 중인 목 선풍기 9대와 손 선풍기 11대 등 총 20대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전자파 측정방법은 국제표준에 근거한 '국립전파연구원 측정기준'에 따라 진행됐다. 이 기준은 전자파의 주파수 대역을 0~300기가헤르츠(㎓)까지 나눈 뒤, 대역마다 인체에 유해한 전자파 세기를 차등적으로 규정한다.

측정 결과 휴대용 목·손 선풍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는 국제적으로 권고된 인체보호기준의 2.2~37% 수준이었다. 최 국장은 "이는 인체에 안전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센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목 선풍기 4종과 손 선풍기 6종의 전자파 세기가 발암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전자파 세기로 알려진 4mG(밀리가우스·전자파 세기 단위)의 최소 7.4배에서 최대 322.3배 발생한 것으로 측정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센터가 지적한 당일 동일 제품에 대해 검증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국민들의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6일 만인 이날 검증 결과를 공개했다.

정부는 브리핑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의 '전자파 측정 방법'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 김남 충북대 교수는 브리핑 자료에서 "시민단체에서 기준으로 활용한 4mG는 소아백혈병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 중 하나"라며 "인체보호기준은 국제비전리복사보호위원회(ICNIRP)의 기준을 따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시민단체 "발암위험 있다는 연구 결과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즉각 입장문을 내고 정부 발표를 반박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실제 정부가 검측한 20개 휴대용 선풍기 모두 작동 방법과 검측 거리에 따라 4mG 이상의 전자파가 검출됐다"며 "만성적으로 노출될 경우 발암 위험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인체 유해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부의 '안전 불감증' 문제도 제기했다. 지난 2018년과 2021년에도 휴대용 선풍기 전자파에 대한 소비자들의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정부는 매번 후속 검증조치만 취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전자파 기준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면서 "휴대용 선풍기에 대한 사전 검측 근거가 아직까진 없었지만 향후 보강해 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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