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수지가 4개월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장기화하고, 믿었던 수출마저 성장세가 꺾인 탓이다. 넉 달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한 건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8년 6~9월 이후 14년 만이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7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607억 달러로 전년 동월(555억 달러) 대비 9.4% 증가했다. 수입액은 537억 달러였던 전년 동월에 비해 21.8% 증가한 653억7,000만 달러를 기록, 무역수지는 46억7,000만 달러 적자였다.
이로써 무역수지는 올해 4월 이후 적자를 거듭하고 있다. 올해 3월 1억9,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한 이후 4월 24억8,000만 달러, 5월 16억1,000만 달러, 6월 25억7,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 중이다.
무역수지 적자의 직접적인 원인은 수입액이 크게 늘어서다. 글로벌 공급망 교란 등으로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결과다. 원유와 가스, 석탄 등 3대 에너지 수입액은 전년 동월(97억1,000만 달러)에 비해 2배가량 늘어난 185억 달러에 달했다. 핵심 중간재인 반도체(25%)와 밀(29.1%)·옥수수(47.6%) 등 농산물 수입액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 경제의 성장 엔진인 수출은 두 달 연속 한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7월 수출액은 종전 최고치인 지난해 7월의 554억6,000만 달러를 넘어서 2020년 11월 이후 21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수출 증가율은 9.4%에 그쳤다. 지난 6월 16개월 만에 한 자릿수 수출 증가율을 기록한 데 이어 두 달 연속 증가세가 둔화한 것이다.
품목별로는 15대 주요 품목 중 석유제품·자동차·반도체 등 7개 품목 수출이 늘었다. 석유제품과 자동차, 2차전지는 역대 월별 수출액 중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반도체는 역대 7월 수출 최고기록을 세웠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수출 증가에도 불구, 무역수지 적자가 발생한 것에 대해 "여전히 높은 에너지 가격과 하절기 에너지 수요가 복합 작용하며 4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산업·무역을 둘러싼 리스크 관리와 함께 우리 수출이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정책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8월 중 수출기업들의 활동을 제약해온 규제 개선과 현장의 애로 해소 방안, 주요 업종별 특화지원 등을 망라한 종합 수출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