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계 '오스카상' 수상으로 세계 놀래킨 네이버웹툰...10년 고군분투 있었다

입력
2022.08.0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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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너 어워즈 수상 후 각국서 K웹툰 주목
네이버웹툰 2014년부터 해외 웹툰 생태계 개척
DC, 마블 美 만화 양대산맥도 웹툰화 추진


세로로 읽는 만화가 새로운 독자를 불러오고 있다.
뉴욕타임스

한국에서 시작한 웹툰이 전 세계 콘텐츠 시장에서 주류 장르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22일 '만화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아이즈너 어워즈에서 네이버웹툰의 '로어 올림푸스'가 '베스트 웹코믹' 부문을 받은 이후 뉴욕타임스, 포브스, 르몽드 등 주요 외신들이 모두 웹툰 시장을 조명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르몽드 등 주요 외신 K웹툰 주목


아이즈너 어워즈는 만화를 문학작품으로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은 미국 만화 작가 윌 아이즈너의 이름을 딴 상으로, 만화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이다. 올해 34회째를 맞았는데 만화와 그래픽 소설에서 최고 출판물과 창작자들에게 상을 줬다. 웹툰이 아이즈너 어워즈에서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어 올림푸스는 그리스 신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로맨스 판타지로, 2018년 네이버웹툰의 영어 서비스 '웹툰'을 통해 처음 공개됐다. 글로벌 누적 12억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 중인 흥행작으로, 지난해에는 영어 단행본으로 나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수상에 대해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 여성을 중심으로 세로 스크롤 방식의 웹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포브스는 "지난해 네이버웹툰의 영어권 작가 수익은 2019년 대비 75% 증가했고, 2020년 이후 약 2,700만 달러(약 353억 원)가 북미 웹툰 작가의 수익으로 돌아갔다"면서 웹툰 시장의 생태계를 집중 조명했다. 르몽드는 '스마트폰으로 보는 만화, 웹툰에 열광하는 이유'라는 기사에서 네이버웹툰에 '여신강림'이란 작품을 연재 중인 '야옹이' 작가 등을 인터뷰하며 웹툰의 성장성에 주목했다.



'굳이 만화를 디지털로?' 현지 작가 직접 찾아가 설득


이런 성과의 뒤에는 네이버웹툰이 글로벌 웹툰 생태계 조성을 위해 투자해 온 10년 넘는 시간이 있었다. 네이버웹툰이 영어 서비스를 출시한 2014년만 해도 해외에서 웹툰이라는 단어는 매우 낯설었다. 심지어 만화 작가들조차 세로 스크롤을 바탕으로 한 웹툰 장르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네이버웹툰은 '맨땅에 헤딩' 식으로 현지에서 웹툰 알리기에 나섰다. 임직원들이 블로그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그림을 그리는 현지 작가들에게 메일을 보내 웹툰 연재를 부탁했고, 김준구 대표가 직접 디지털 코믹 작가들을 만나 웹툰 생태계 구조를 설명했다. 처음엔 '굳이 만화를 디지털 기기로 보겠나'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네이버웹툰은 마블, DC 등 미국 만화 출판사와 달리 원고료뿐 아니라 저작권까지 작가에게 귀속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작가들을 설득했다. 또 국내에서 웹툰 대중화를 빠르게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한 창작만화 게시판 시스템을 현지에서도 도입했다. 아마추어 작가들에게 웹툰이라는 새로운 무대를 마련하면서 웹툰 생태계의 규모를 키우겠다는 목적이었다. 로어 올림푸스의 레이첼 스마이스 작가 역시 이런 시스템을 통해 작품을 시작했다.

2010년대 이후 스마트폰으로 콘텐츠를 즐기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확산했으며, 웹툰을 기반으로 한 국내 드라마, 영화가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얻은 것도 웹툰 대중화에 도움을 줬다.



전 세계 아마추어 작가만 82만 명...DC·마블·BTS도 러브콜


10년 넘게 노력한 끝에 네이버웹툰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웹툰 이용자와 창작자가 모이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네이버웹툰의 월간 사용자는 8,600만 명에 달한다. 활동하는 아마추어 창작자 수만 전 세계 82만 명을 넘는다. 북미 지역 월간 사용자 수만 해도 1,500만 명 수준이다.

웹툰은 네이버 전체 실적을 견인하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네이버는 5일 발표한 실적 발표에서 올해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한 2조458억 원,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0.2% 증가한 3,362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사업부별로 웹툰, 웹소설 등 콘텐츠 부분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웹툰의 글로벌 통합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19.6% 성장한 4,065억 원을 달성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컨퍼런스콜에서 "2분기 말 기준 8,600만명의 월간 이용자 중 10% 수준인 850만명이 유료로 콘텐츠를 즐기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성숙한 시장인 한국의 경우 유료 이용자 비중이 26%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월 결제 금액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한국은 월간 약 9,000원, 미국은 약 1만3,000원, 일본은 무려 약 3만5,000원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주요 엔터테인먼트사들도 웹툰의 영향력을 실감하며 네이버웹툰과 제휴를 이어가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5월 일본 지상파 방송사 TBS, 일본 웹툰 제작사 샤인 파트너스와 함께 웹툰 스튜디오 '스튜디오 툰' 합작법인(JV)을 설립하고 일본 시장 진출을 가속화했다. 지난해엔 북미 코믹스 시장을 양분하는 DC와 마블 모두와 콘텐츠 제휴를 맺고 새로운 웹툰 작품을 전 세계에 선보이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하이브와 함께 BTS 멤버를 주인공으로 한 웹툰도 선보였다.

이에 김준구 대표는 현재 콘텐츠 업계에서 가장 바쁜 인물로 꼽히고 있다. 불과 10년 전 미국 현지 작가에게 웹툰을 설명하고 다녔던 시절을 생각하면 상전벽해다. 김 대표는 7월 한 달 동안 캐나다, 미국, 프랑스, 일본에서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주요 관계자들을 만나며 웹툰을 활용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고 있다.

곽규태 순천향대 글로벌문화산업학과 교수는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전에 없던 새로운 장르를 선보이고 중요한 산업으로 키워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면서 "앞으로 웹툰 생태계가 성장할수록 현지 창작자는 물론 우리나라 웹툰 창작자들의 해외 진출도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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