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뉴진스(NewJeans)가 K팝 시장에서 가파르게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치열하기로 소문난 4세대 아이돌 시장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 성장세다. 지난달 22일 첫 타이틀 곡 뮤직비디오를 공개하며 데뷔를 알렸지만, 독특한 프로모션 일정 탓에 아직 정식 실물 앨범은 발매조차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 이들을 향한 국내외 K팝 시장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다.
당초 글로벌 시장이 뉴진스를 주목한 이유는 분명했다. 과거 소녀시대 에프엑스 샤이니 엑소 레드벨벳 등 SM엔터테인먼트를 대표하는 아이돌 그룹들의 아트 디렉팅을 담당하며 이름을 알렸던 민희진이 하이브로 이적, 자신이 전면에 나선 산하 레이블을 론칭한 뒤 처음으로 선보이는 그룹이었기 때문이다. 유니크한 콘셉트, 감각적인 연출 등으로 K팝 신에 일명 '민희진 감성'을 알렸던 그가 멤버 발탁부터 데뷔 전반에 걸친 모든 과정에 참여한 만큼 뉴진스를 향한 기대 요소는 충분했다. 또 'SM'이라는 틀을 벗어난 그가 하이브에서 새롭게 만들어 낼 색깔에 대한 기대도 상당했다.
그리고 뉴진스는 보기 좋게 자신들을 향한 기대를 '그 이상의 것'으로 펼쳐내기 시작했다. K팝 팬들의 심장을 뛰게 만들었던 '민희진 감성'은 뉴진스 다섯 멤버를 만나 보다 정교하고 탄탄해졌다. 과거와 달리 민희진이 단순한 아트 디렉팅 참여를 넘어 팀의 데뷔 전반에 걸친 모든 과정에 참여하며 심혈을 쏟은 만큼, 마치 단편적으로 흩어져 있던 민희진의 조각들이 하나의 세계관으로 연결될 듯한 느낌이었다.
이와 함께 뉴진스가 보여준 차별화된 매력은 단순한 '민희진 표 걸그룹'의 후광 효과를 넘어서는 대중의 관심을 불러모으는 기폭제가 됐다. 이들은 현재 아이돌 시장에 만연한 SF적 세계관이나 화려함을 강조한 콘셉트 대신 10대 자체의 싱그러움과 풋풋함을 그대로 살린 감성으로 자신들만의 방향성을 설정했다. 청량하지만 어딘가 몽환적인 뉴진스의 콘셉트는 확실히 '4세대 걸그룹 시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매력이었다.
뉴진스가 비주얼적 콘셉트와 함께 공개한 타이틀 곡의 분위기 역시 이들의 인기 견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특히 과거 에프엑스로 대표됐던 몽환적이고 유니크한 소녀 감성의 계보를 뉴진스가 이어받았다는 평가가 이어지며 당시 그들의 음악에 열광했던 2030 세대의 팬층 역시 자연스럽게 뉴진스의 팬덤으로 유입되는 모양새다. 현재 뉴진스가 SNS와 숏폼 콘텐츠, 전용 소통 애플리케이션 등을 활용해 10대 팬들을 적극 공략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향후 뉴진스가 보다 폭넓은 코어 팬층을 확보하며 입지를 다져나갈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뉴진스의 행보는 벌써 날개를 단 모양새다. 이들의 데뷔 앨범 '뉴 진스'는 예약 판매 사흘 째인 지난달 27일 기준 선주문량 44만4,000장을 돌파했다. 현재 역대 걸그룹 데뷔 앨범 초동(발매일 기준 일주일 동안의 음반 판매량) 최고 기록은 르세라핌이 기록한 30만7,450만 장인 가운데, 뉴진스가 등장과 동시에 또 한 번 국내 걸그룹 판도를 흔들어 놓을 전망이다.
뉴진스의 활동은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본격적인 앨범 발매와 함께 활동을 이어나갈 이들이 지금의 주목을 딛고 어떤 성과를 거둘지 조금 더 기대해 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