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예람 중사 외면한 군 검사... 법원 "정직 3개월 정당"

입력
2022.08.0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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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사 강제추행 수사 검사, 정직 3개월
"참고인 조사 안 하고, 피해자 조사 미뤄"
법원 "성실 의무 위반 정도 가볍지 않다"

고(故) 이예람 중사의 강제추행 사건을 성실히 수사하지 않은 군 검사에게 내린 국방부의 정직 처분은 정당한 징계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 이주영)는 최근 A 중위가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정직 3개월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 중위는 지난해 4월 군 검사로 일하며 이 중사의 강제추행 사건 수사를 맡았다. 고인은 당시 공군 제20전투비행단에서 근무하면서 상사들에게 당한 성추행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하지만 A 중위는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다. 이 중사를 향한 군 관계자들의 2차 가해를 알면서도 참고인 조사를 차일피일 미뤘고, 피의자 구속수사를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 심지어 "휴가와 출장을 다녀온다"며 미리 잡아둔 피해자 조사 일정을 미루기도 했다. 고인은 상관의 회유와 협박에 시달리다 그해 5월 남자친구와 혼인 신고한 당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국방부는 지난해 10월 A 중위에게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렸다. "인권침해를 방지하는 등 피해자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성실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A 중위는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측은 "조사 일정은 국선변호인 변경 등 사유로 이 중사 측과 협의 하에 변경했기 때문에 이유 없는 수사지연으로 볼 수 없다"며 "이 중사의 극단적 선택을 예상할 수 없었던 만큼 직무유기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A 중위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사건이 군 검찰로 이첩된 뒤 한 달이 지났는데도 검사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이 중사의 생전 기록을 거론하며 "A 중위는 지난해 4월과 5월 한 번을 제외하고 매주 금요일마다 출장 또는 휴가를 냈다"면서 "사건 기록을 검토하기 위해 노력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유 없는 수사지연이 아니다'라는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성범죄 처리지침에 따르면 피해자 국선변호사가 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경우 피해자 동의를 받아 여성고충상담관이나 성년 여성 등을 입회시킬 수 있다"며 "조사 지연이 불가피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A 중위는 성폭력 피해자가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고 가해자에게 2차 가해를 받는 상황임을 알면서도 아무런 조치 없이 조사를 지연했다"면서 "이로 인해 이 중사가 사망에 이르는 결과가 발생했으므로성실 의무 위반과 직무 태만의 정도가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박준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