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에도 지난해 선진국 대부분에서 출산율은 오히려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경제적 불안정으로 인해 선진국 출산율 저하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던 예측과 어긋나는 결과다. 하지만 가사·육아 분담이 여성에게 치우쳐 있는 한국과 일본은 출산율 하락이 계속됐다.
3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인당 국민소득이 높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맹국 중 최근 데이터를 파악할 수 있는 23개국에 대해 2021년 합계특수출생률(합계출산율)을 조사한 결과 이 중 19개국이 2020년을 웃도는 수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출산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의 평균치다.
2021년 출산율이 개선됐다는 것은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며 재택근무를 비롯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확산했던 2020년에 임신한 사람들이 많았다는 뜻이다.
2020년에는 아직 백신이 본격 보급되기 전이어서 불안도 컸고, 급격한 경제 위축으로 일자리와 수입도 불안정했다. 스웨덴 웁살라대 오쿠야마 요코 조교수는 “이런 불안정한 시기에는 출산을 연기하는 조류가 강해지므로 2021년 출산율은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요국의 지난해 출산율은 전년 대비 대부분 개선됐다.
신문은 예상을 깬 결과가 나온 이유 중 하나로 성평등 진전을 들었다. 2020~2021년 국가별 출산율 차이와 성별 격차를 나타내는 지표를 비교했더니 상관관계가 컸다는 것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22년도 성별 격차 지수에서 1위였던 아이슬란드의 2021년 출산율은 1.82로, 23개국 중 2위를 기록했다. 같은 지수 2위인 핀란드는 2019년까지만 해도 출산율이 급격하게 감소했으나 2년 연속 상승세를 보이며 1.46까지 회복했다. 오쿠야마 교수는 북유럽은 가사·육아를 담당하는 시간의 남녀 차가 적다는 데 주목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근무가 늘어난 가운데 “남성의 육아 역량이 확인돼” 출산율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추측이다.
반면 선진국 중 성별 격차가 큰 일본과 한국의 출산율은 각각 1.30과 0.81을 기록, 선진국 중 드물게 하락세를 지속했다. 이들 국가는 가정 내 가사·육아 시간의 남녀 차이가 4~5배에 달해, 여성의 출산 의욕이 오히려 약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신문은 봤다.
실제로 사이타마현에 사는 30대 맞벌이 여성은 코로나19로 둘 다 재택근무를 하게 되자 둘째를 가지려 했으나 포기했다. 회사 업무 외에 아무것도 안 하는 남편까지 돌보느라 부담이 더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의 올해 WEF 성별 격차 지수는 각각 99위와 116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