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31일 당내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을 겨냥해 "당권의 탐욕에 제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고 직격했다. 조수진 최고위원의 전격 사퇴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진 것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성 접대 증거인멸 교사' 의혹으로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이 대표는 비대위 체제로 전환 시 조기 전당대회 개최에 대표직 복귀 가능성이 사라진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양의 머리를 걸고 개고기를 팔지 말라 했더니, 이제 개의 머리를 걸고 개고기를 팔기 시작하려는 것 같다"고 밝혔다. 27일에도 "그 섬(여의도)에서는 앞에서는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뒤에서는 정상배들에게서 개고기 받아 와서 판다"고 윤핵관을 '양두구육'에 빗대 비판한 바 있다. 윤핵관 세력이 겉과 달리 속으로 이 대표를 몰아내기 위해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는 취지다. 하루 전날인 지난 26일 윤석열 대통령의 '내부 총질' 문자메시지 유출로 이 같은 해석에 힘이 실렸다.
이 대표의 언급은 윤핵관들이 자신들의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당의 비대위 체제 전환을 촉구하며 지난 29일 사퇴한 배현진 최고위원과 이날 조수진 최고위원은 그간 이 대표와 갈등해온 윤핵관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다.
이 대표는 사퇴한 두 최고위원의 배후를 겨냥한 듯 "저자들의 우선 순위는 물가안정도 아니고, 제도개혁도 아니고, 정치혁신도 아니다. 각각의 이유로 당권의 탐욕에 제정신을 못 차리는 '나즈굴'과 '골룸' 아닌가"라고 직격했다. '나즈굴'과 '골룸'은 영화 '반지의 제왕'의 등장인물들로, 절대권력을 차지할 수 있는 반지를 탐한다. 이 대표는 "국민들이 다 보는데 '마이 프레셔스(My precious·내 소중한 반지)'나 계속 외치고 다녀라"고 비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