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불임 치료 등의 명목으로 인터넷을 통해 정자를 거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병원에서 제3자의 정자를 기증받아 정식으로 불임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기증자가 부족해 오래 기다려야 하고 비용도 꽤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사 등 별도 절차 없이 비밀리에 이뤄지고 있는 개인 간 정자 거래는 감염 등에 취약해 위험할 수 있다.
민영방송 TBS는 인터넷을 통해 실제로 정자를 매매한 사람들의 사례를 취재해 최근 보도했다. 사이타마현 가조시에 거주하는 한 트랜스젠더 남성(39)은 결혼 후 아이를 가지고 싶어 병원을 찾았지만 “기증자가 적어 몇 년이나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듣고 실망했다가 인터넷 정자 거래 사이트를 알게 됐다.
제공자는 20대 후반 회사원. 제공자를 인터넷 카페에서 만나 용기에 담은 정자를 받고, 같은 카페 안의 개인실에서 배우자에게 건넸다. 그는 회당 3,000엔(약 2만9,000원)을 지불하고 총 7번 시도한 끝에 배우자가 임신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방송은 1년 반 전부터 정자를 제공해 왔다는 남성도 취재했다. 하네다공항에서 일한다는 그는 정자 매매 사이트를 통해 접촉해 온 사람에게 정자를 제공한다. 이 사이트에는 학력이나 외모, 연봉 등을 강조하는 정자 제공자의 프로필이 올라와 있다. 쇼핑몰 화장실에서 정자를 채취, 용기에 담아 상대방 부부에게 건네는 방식이다. 다만 실제로 임신과 출산이 된 경우는 한 번뿐이었다.
방송은 13년 전 불임으로 고민하는 사람을 돕겠다며 정자 제공을 시작해, 여태까지 100명 넘는 상대에게 정자를 제공해 왔다는 남성도 취재했다. 그는 "자신의 정자로 태어난 아이의 수가 50명이 넘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계속 정자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가 “추후 발생할 수 있는 근친혼의 위험 등을 피하기 위해 정규 의료기관에선 한 사람의 정자를 최대 10명한테까지만 제공하도록 정해져 있다”고 지적하자 “나도 1개 광역지자체 내에선 10명까지로 정해 둔 규칙이 있다”고 맞섰다.
전문가들은 별도 절차 없이 개인 간 정자를 암암리에 거래하는 것은 안전성 측면에서 위험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본 의료계도 최근 개인 간 정자 거래가 횡행하자, 기증받은 정자를 동결 보관하는 정자은행을 지난해 6월 설립해 올해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정자은행을 운영하는 오카다 히로시 도큐의대 특임교수는 “검색엔진에 ‘정자 기증자’ 등을 입력하면 적어도 140개 정도의 (정자 거래) 사이트와 블로그가 발견되는데, 감염증 등 검사가 불충분했다”며 “의료 행위가 개인 간에 이뤄지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