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사망률 1위’ 폐암, 4기라도 포기하지 말아야

입력
2022.07.29 22:39
면역 항암제 병용 요법, 생존율ㆍ생존 기간 2배 늘어

폐암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220만 명 이상 새로 발생하고, 180만 명 정도가 사망한다(2020년 기준) . 국내에서도 폐암이 매년 3만여 명이 발생한다.

특히 폐암으로 10만 명당 36.4명이 목숨을 잃어 암 사망률 1위다(2020년 기준). 게다가 30%대에 불과한 폐암 5년 생존율도 다른 장기로 전이(4기 이상)돼 발견되면 8.9%로 뚝 떨어진다.

이에 폐암 인식을 고취하고 환자를 지원하기 위해 국제호흡기협회(FIRS)ㆍ미국흉부의사협회(CHEST)ㆍ국제폐암연구협회(IASLC)는 8월 1일을 ‘세계 폐암의 날’로 정했다. 세계 폐암의 날을 앞두고 폐암에 대해 알아본다.

◇폐암, 초기 증상 없어 대부분 진행 후 진단

폐암은 국내에서 연간 3만 명가량(2019년 기준 2만9,960명) 발생해 암 발생률 2위다. 하지만 사망자는 1만8,673명(2020년 기준)으로 암 사망률 1위에 올랐다. 30분마다 1명씩 폐암으로 사망하는 셈이다.

폐암의 주원인은 흡연(85% 정도)이다. 담배를 피우면 폐암 발생 위험이 13배나 올라간다. 간접 흡연도 영향을 끼쳐 비흡연자보다 1.5~2배 높다.

김주상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금연하면 폐암 위험을 낮출 수 있는데 5년째부터 위험이 줄기 시작해 15년 금연하면 1.5~2배로 낮아진다”고 했다. 김 교수는 “폐암 발생 위험은 흡연 시작 연령이 낮을수록, 흡연 기간이 길수록, 하루 흡연량이 많을수록 높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최근 담배를 피우지 않은 사람 가운데 폐암 환자가 늘고 있다. 특히 여성 폐암 환자의 80% 이상은 담배를 피운 적이 없다.

간접 흡연과 음식 조리 때 발생하는 미세 먼지와 연료 연소물에 의한 실내 공기 오염, 라돈 등 방사성 유해 물질 노출, 기존 폐 질환 등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미세 먼지도 세계보건기구(WHO)가 보고한 1군 발암물질이다.

송승환 상계백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부엌에서 음식 조리 시 발생하는 연기가 폐암 발생과 관련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많다”며 “마스크를 쓰고 조리하거나 환기를 자주하면 폐암 등 폐 질환 예방에 도움될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 석면ㆍ비소ㆍ크롬 등의 위험 요인에 노출된 직업적 요인, 공기 중 발암물질인 벤조피렌, 방사성 유해 물질 등 환경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폐암 가족력이 있어도 폐암 발생이 3배가량 높다.

◇폐암 조기 진단하려면 저선량 CT 검사해야

폐암도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초기 발견이 어렵다. 폐암 환자 중 5~15%만 증상이 없을 때 진단한다.

폐암 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상당히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 자각 증상으로는 기침ㆍ객혈ㆍ가슴 통증ㆍ호흡곤란 등이다. 또 성대 마비에 의한 쉰 목소리, 안면 또는 상지부종, 삼킴 곤란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흉곽 외 전이 증상으로 뇌 전이에 의한 두통과 신경 증상, 골 전이에 의한 골 통증과 병적 골절이 나타나기도 한다. 비특이적 증상으로 체중 감소, 식욕부진, 허약감, 권태, 피로 등이 생길 수 있다.

폐암을 조기 진단하는 방법은 저선량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다. 환자에게 노출되는 방사선량을 6분의 1 정도로 줄인 것이어서 방사선 부작용이 적다. 폐암 검진 권고안에서는 55세 이상 가운데 30년 이상 매일 담배 한 갑 이상을 피운 고위험군에게 우선적으로 매년 저선량 CT 검사를 권하고 있다.

◇면역 항암제 병용 요법, 생존율ㆍ생존 기간 2배 늘어

폐암을 조기 발견해 수술로 절제해도 30~40%에서 재발해 폐암 사망률이 높아진다. 게다가 진단이 늦어지면 치료법이 점점 더 줄어든다. 4기 진행성 환자의 경우 5년 생존율은 8.9%에 불과하다.

그런데 최근 ‘면역 항암제 병용 요법’이라는 4기 전이성 폐암의 표준 치료법이 새로 나와 폐암 생존율이 높아지고 있다.

면역 항암제 병용 요법은 면역세포인 T세포의 활성을 통해 암을 공격하는 메커니즘을 가진 면역 항암제(펨브롤리주맙)와 기존 치료법인 항암화학요법을 함께 투여하는 것을 말한다.

면역 항암제가 올 3월부터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 단독·병용 요법에서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받고 있다(이에 따라 환자는 연간 360만 원 정도만 부담하면 된다).

항암화학요법으로만 치료하면 구토ㆍ탈모 등 전신적인 이상 반응이 생겨 3명 중 1명(27.1~36%)은 다음 단계의 치료까지 이행하지 못하고 사망하거나 치료를 포기했다.

하지만 면역 항암제는 메커니즘 특성 상 이상 반응이 크게 늘어나지 않고 삶의 질이 유지되는 장점이 있다. 면역 항암제와 항암화학요법을 함께 투여하는 병용 요법은 약물에 반응하지 않는 종양(cold tumor)을 약물에 반응하는 종양(hot tumor)으로 바꿔 약물 반응률이 높아졌고 이상 반응도 크게 늘지 않았다.

일반적인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할 때 치료 반응률은 20~30%다. 그런데 면역 항암제를 병용하면 치료 반응률이 최소한 5~10%포인트 증가한다. 실제로 면역 항암제 병용 요법 반응률은 65%로 전체 생존 기간도 2배 가까이 연장됐다. 일반 항암화학요법의 약효 유지 기간(반응 지속 기간)이 4~5개월 정도라면 면역 항암제를 사용한 환자에는 10개월 이상으로 더 오래 지속됐다.

또한 면역 항암제 단독 요법의 한계였던 PD-L1 발현율에 대한 조건 없이(발현 비율≥50%) PD-L1 발현 음성인 환자를 포함한 특정 유전자 변이가 없는 4기 전이성 폐암 환자 모두 면역 항암제 병용 요법이 가능해졌다.

최근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 학술회의(ASCO 2022)에서 PD-L1 발현율이 50% 이상으로 고발현인 환자에게도 면역 항암제 병용 요법 효과가 더 우수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가 발표됐다.

이처럼 면역 항암제 병용 요법이 최신 연구 결과에서 기존 치료(항암화학요법)보다 생존 기간과 생존율을 2배가량 늘어나 4기 전이성 폐암 환자의 장기 생존 가능성을 높였다. 이에 국제 진료 가이드라인(NCCN)도 면역 항암제 병용 요법을 4기 전이성 폐암 치료의 표준 치료이자 선호 요법으로 우선 권고하고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