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업체인 한국갤럽이 29일 공개한 정기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절반 이상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을 불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69%가 대출 이자 부담을 이유로 꼽았다. 재테크 수단에선 부동산이 여전히 유력한 가운데 적금의 위상이 주식을 제치면서 금융 시장 환경의 변화를 반영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26∼28일 1,000명을 대상으로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보는가, 불리하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을 한 결과 응답자의 58%는 기준금리 인상이 '나에게 불리하다'고 답했다. '유리하지도 불리하지도 않다'는 응답은 23%, '유리하다'는 응답은 11%로 집계됐다.
기준금리 인상이 불리하다고 보는 응답자 580명 가운데 69%가 '대출 이자와 부채 부담'을 그 이유로 꼽았다. 또 은행 등 금융기관의 대출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의 80%가 기준금리 인상을 불리하다고 인식했다. 반면 유리하다는 응답자 108명은 그 이유로 예적금 이율의 상승(41%)과 부동산 안정·집값 하락(11%)을 지목했다.
금융기관 대출 여부를 묻는 질문에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연령별로 30대(76%) 40대(71%) 50대(65%) 순으로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또 직업별로는 자영업(72%)과 사무관리직(61%)에서 대출을 받은 사람이 많았고, 생활수준별로는 중하층(58%)과 중층(56%)에서 상대적으로 대출이 많았다.
재테크 수단으론 여전히 부동산의 인기가 가장 높았다. 응답자 가운데 27%는 아파트 등 주택, 21%는 토지를 '가장 유리한 재테크 수단'으로 꼽았다. 둘을 합쳐 부동산을 선호하는 응답자가 48%다. 그다음은 은행 적금(21%)과 주식(12%) 펀드(2%) 가상화폐(1%) 순이었다.
눈에 띄는 것은 은행 적금과 주식이 선호 재테크 수단 순위 자리를 바꿨다는 점이다. 2021년 1월과 8월 진행된 동일한 질문에는 각각 25%, 22%가 주식을 지지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12%까지 떨어졌다. 2021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저금리 정책을 유지하면서 유동성 장세로 주식을 포함한 자산시장이 호황을 구가했으나 현재는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태다. 다만 20대 응답자 사이에서는 23%로 비교적 높은 선호도를 얻었다.
반면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며 지난해 11%까지 떨어졌던 적금에 대한 선호는 이번 조사에서 21%로 반등했다. 물가 상승을 붙잡기 위해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적금은 60대(30%)와 70대 이상(26%)에서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높았다.
위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