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3불 정책’이 한중 간 민감한 현안으로 다시 떠올랐다. 중국 외교부 자오리젠 대변인은 27일 “3불 정책은 중국과의 외교 합의가 아니다”라는 취지의 박진 외교부 장관 발언을 두고 “어느 나라든 어느 당이 집권하든, 대외정책은 연속성이 역사존중이자, 이웃과의 소통에 응당 있어야 할 도리”라고 밝혔다. 중국이 한국 새 정부에 3불 유지를 처음으로 공개 요구한 것이다.
□ 자오리젠은 공격적인 독설로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브리핑에서 답변 전에 ‘흥’ ‘쳇’ 같은 소리를 일부러 크게 내 상대를 비웃거나 무시하는 행동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새 관리(정부)는 과거 부채를 외면할 수 없다”며 “이웃나라 안보 관련 문제에, 한국은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3불은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한미일 군사동맹을 추진하지 않으며, 미국 주도 미사일방어(MD) 체계에도 동참하지 않는다는 문재인 정부 당시의 방침을 의미한다.
□ 3불은 사드 보복이 한창일 때 중국 달래기 일환이었다. MD 미가입은 김대중 정부 이후 일관된 입장인 데다 한미일 군사동맹도 한일관계상 불가능한 얘기일 뿐이었다. 반면 중국의 관점을 상당부분 수용해 군사주권을 포기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미동맹에 대한 의구심을 부른 측면도 컸다. 이후 윤석열 정부는 대선공약에 ‘사드 추가 배치’를 담았지만 실제 국정과제에선 뺐다. 사드정상화와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흐름이 관건이다.
□ 사드 사태로 돌아간다면 북핵 저지를 위한 중국의 역할을 역으로 적극 요구하면서, ‘조건부’로 그 위험성이 사라질 때까지 사드가 불가피하다고 자신 있게 설명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중국은 전자에 대한 노력은 외면하고 있다. 자신들의 신장위구르와 홍콩 인권, 대만 문제에 대해선 “중국 내정에 간섭 말라”고 서방에 반박한다. 중국 외교노선 근간으로 1954년 저우언라이 총리가 발표한 ‘평화공존 5원칙’을 흔히 말한다. 주권과 영토보전의 상호존중, 상호불가침, 내정불간섭, 평등호혜 등이다. 그러나 시진핑 정권 이후 중국 특색의 대국외교(大國外交)는 타국의 내정 불간섭을 강조하던 전통에서 벗어나고 있다. 종주국과 속국이라는 중화질서 회복을 꿈꾸는 한 주변국의 지지를 얻기 힘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