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믿을 건 중국뿐…북중 우의탑 헌화로 구애

입력
2022.07.29 16:40
전승절 정주년 아닌데 '2년 연속' 이례적
'우군 확보' '북중 교역' 등 中 협력 필요성
미중 갈등 지속… 신냉전 부각 이어 갈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승절'(우리의 정전협정 체결 기념일) 69주년을 맞아 28일 평양에 있는 북중 우의탑을 찾았다. 전날 남한을 향해 원색적 비난을 쏟아 내더니 이튿날 중국에는 한껏 구애의 손길을 보냈다.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북중러 대 한미일' 대립 구도를 굳혀 운신의 폭을 넓히려는 북한의 속셈이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29일 김 위원장이 전날 북중 우의탑을 방문해 헌화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제국주의 침략을 물리치는 한전호에서 고귀한 피를 아낌없이 흘린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들에게 숭고한 경의를 표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우의탑을 둘러보며 "역사의 격난 속에서 더욱 굳건해진 조중 친선은 사회주의 위업의 줄기찬 전진과 더불어 대를 이어 계승 발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전승절을 계기로 우의탑을 공개 방문한 것은 지난해 7월 27일에 이어 두 번째다. 이즈음 중국 관련 일정을 소화한 것 또한 2013년과 2018년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능원에 헌화한 것이 전부다. 각각 전승절 60주년과 65주년으로, 모두 북한이 중시하는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이었다. 이와 달리 지난해와 올해는 별다른 계기가 없던 터라 '의도적 친중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왜 중국을 붙잡는 것일까. 우선 7차 핵실험을 앞두고 우군과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의도가 짙다. 중국, 나아가 러시아와 결탁하면서 이와 대척점에 있는 한미일 3국에 도발의 책임을 돌리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27일 전승절 연설에서도 6·25전쟁을 "2차 세계대전 이후 (북한, 중국 등) 민주주의 진영과 (미국을 비롯한) 제국주의 진영 간 첫 대결전"이었다고 규정하며 주변국을 제멋대로 양분했다. 내달 1일부터 열리는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의에서 북핵 문제가 다뤄질 예정인 만큼, 이 같은 이분법은 국제사회의 규탄에 맞서 북한이 버틸 최소한의 버팀목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북한 내부적으로도 중국의 도움이 절실하다. 올해 1월 단둥~신의주 열차 운행을 재개했지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4월 다시 중단됐다. 북한은 신규 발열자가 계속 줄면서 중국과 교역 재개를 원하는 반면, 아직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중국은 신중한 입장이다. 단둥시가 전날 상업시설과 대중교통을 정상화한 가운데, 북한은 중국을 향해 끝없이 우호 메시지를 보내 어떻게든 막힌 국경을 열어야 하는 셈이다.

대외 상황도 북한에게 나쁘지 않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8일(현지시간) 전화통화를 했지만 대만 문제를 둘러싼 갈등의 골만 재삼 확인하면서 북한이 끼어들 틈새는 더욱 넓어졌다. 양 정상 통화에서 북핵 문제는 언급조차 없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중국이 북한 핵실험 감행 시에도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사실상 밝힌 것으로 읽을 수도 있다"며 "북한은 그 의사를 거듭 확인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다만 "북한이 중국 쪽에 완전히 붙었다기보다, 미국과 대화 재개 시 중국이 불편하지 않도록 사전 작업에 나섰을 가능성도 열어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준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