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핵관도 이재명도 나온 이곳...여의도는 중앙대 전성시대

입력
2022.07.31 09:00
8월 '어대명' 실현되면 여야 지도부 전부 중앙대 출신
노무현·박근혜 정부 국회서는 '연대라인' 각광
서울 정치권 학연 파워...경기고 방통대 서울대 중앙대

더불어민주당의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전당대회를 두고 때아닌 중앙대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 28일 예비경선(컷오프) 이후 이재명 의원이 당대표 '굳히기'에 나서면서 그의 중앙대 인맥이 회자되면서다. 여당인 국민의힘의 당대표 대행 겸 원내대표인 권성동 의원, 친윤(친윤석열)의 핵심인 장제원 의원 역시 각각 중앙대 법학과, 신문방송학과 출신이다. 8월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이 현실화되면 여야 지도부 모두 중앙대 출신이 장악하게 되는 셈이다.

정치권의 중앙대 출신 약진은 20대 대선 국면에서 일찌감치 예견됐다. 지난해 10월 이재명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면서 선거캠프에 이 의원의 성남지사 시절부터 지원해온 '성남파'에 국회 등 중앙 정치무대서 활동 중인 중앙대 동문, 이른바 '중앙 의회파'가 합류하면서다.

이 의원의 최측근으로 분류된 중앙대 철학과 출신 노웅래 의원은 지난해 6월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장에 임명되며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진 않았지만 이 의원 후보 확정 후 선대위 공동정책본부장을 맡았다. 19대 대선 때도 이 의원 캠프에서 조직과 정책을 총괄했던 김영진 의원(중앙대 경영)은 선대위 공동상황실장을 맡았다. 김 의원과 함께 '원조 친명계'로 꼽힌 7인회 멤버 김남국(행정학과), 문진석 의원(정치외교학과)도 중앙대 출신이다. 21대 국회에 입성한 중앙대 출신 중 민주당 소속 5명 중 이 의원 본인을 제외한 4명 모두 '친명'으로 분류되는 셈이다.

선거 운동 초반 중앙대 인사들이 주목받진 않았다. 민주당이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계파를 초월해 매머드급 선대위를 꾸린 탓이다. 한데 작년 8월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내정됐던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신문방송학과)씨가 이 의원과 중앙대 동문인 사실이 알려지며 이 의원의 중앙대 인맥이 부각됐다.

공교롭게도 국민의힘의 중앙대 출신 인사들은 이 의원의 반대편,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웠다. 11월 윤 대통령이 최종 후보로 선출되며 "누가 돼도 차기 정권서 중앙대 출신이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 나왔다.

정권‧당 지도부 바뀔 때마다 학맥 부각

정치권 '학맥'은 사실 국회보다 새 정부 인사 때 더 부각됐다. 박정희 정권의 주요 보직은 'KS마크(경기고·서울대)'와 경북고가 휩쓸었고, 전두환 정권 땐 '육법당(陸法黨·육사와 서울대 법대)'이 주름잡았다. 김영삼 정부에선 경남고가, 김대중 정부에선 호남의 광주일고·목포상고·문태고 출신이 각각 약진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고려대 출신 인사들이 승승장구하면서 '고소영(고대·소망교회·영남)'이란 말이, 박근혜 정부에선 성균관대 출신이 잇따라 등용되며 '성시경(성균관대·고시·경기고)'이란 말이 유행했다. 문재인 정부에선 경희대 인맥과 함께 '유시민(유명대학·시민단체·민주당)'이란 신조어가 등장했다. 특히 외교가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 최종건 1차관, 최종문 2차관, 김준형 국립외교원장, 윤형중 국정원 1차장, 김기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등이 발탁되며 연세대 정외과 출신이 '연정라인'으로 불렸다.

국회에서도 출신 학교를 중심으로 '라인'이 등장한 적이 간혹 있었다. 경기고를 비롯한 지역 명문고, 서울대 출신 인사가 국회 의석 다수를 차지한 '대세'를 거스르고 다른 학교 출신이 한꺼번에 당 요직에 등용될 때다.

노무현 정부 때는 '연세대 라인'이 주목받았다. 김원기 국회의장(정외과), 이광재(법학)·우상호(국문)·송영길(경영학) 의원 등 열린우리당 의원 상당수가 연세대 출신이었다. 노 전 대통령 아들도 연대를 나왔다.

2012년 19대 총선 후에는 새누리당의 '파워 그룹'이 이명박 전 대통령 출신교인 고려대에서 신촌(연세대·서강대)으로 재편됐다는 말이 나왔다.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 최경환 전 의원(경제학과), 박 전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인 유정복 전 의원(정외과), 박 전 대통령의 대선 외곽 조직을 관리한 이성헌 전 의원(체육교육학) 등이 연세대 출신이다. 친박 핵심인 서병수 전 의원(경제학)은 박 전 대통령과 같은 대학인 서강대 학부, 박 전 대통령의 싱크탱크였던 국가미래연구원 원장 김광두 교수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서강대 교수 출신이다.

2014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체제가 꾸려지며 중앙대 출신 인맥이 부상했다. 이군현 사무총장(영어교육학)과 당대표 비서실장 김학용 의원(경제학), 최고위원인 서청원 의원(정치외교학), 김을동 의원(정치외교‧중퇴)이 전부 중앙대 출신이었다.

국회의석 다수를 차지하는 서울대 출신들의 학연이 부각될 때는 당 주요 보직이 다른 대학 출신들로 교체될 무렵이다. 일례로 김무성 체제 직전인 황우여 대표 시절 당대표 비서실장(여상규‧법대), 원내수석부대표(윤상현‧경제학), 제1사무부총장(김세연‧국제경제학)을 비롯해 최고위원 중 상당수(이혜훈‧경제학, 심재철‧영어교육, 유기준‧법대)가 전부 서울대 출신인 사실은 '중앙대 라인'과 비교하며 알려졌다.

학연에 지연까지 합쳐진 지역 명문고 연줄은 한때 공천을 좌우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맹위를 떨쳤지만, 1974년 비평준화 실시 이후 고입 세대로 정치권이 교체되며 사라졌다. 일례로 경기고 출신 의원은 18대 국회 18명, 19대 국회 17명, 20대 국회 13명에서 21대 총선에선 3명으로 줄었다.

학연도 이해관계 맞아야... 최근에는 옅어져

어느 나라나 '연줄'은 있다. 성균관대 행정학과 김근세 교수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논문 '지방자치단체의 정치파워엘리트 권력구조연계망 분석'(장사무엘 공저)에서 "한국의 정당 배경에는 연줄 사회라는 독특한 특성이 내제돼 있다"며 "서구의 경우 연줄이 귀족계급 자본가부터 발전돼 왔지만 한국은 다른 배경을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은 "압축적인 엘리트 계층이 형성되며 계층 유입까지의 경력, 즉 학연, 지연, 직연이 혈연보다 중요하다"는 게 특징이다.

현실 정치에서 학연이 작동할까. 서울 25개 자치구의 14~20대(1992~2016년) 국회의원 선거, 민선 1~7기(1995~2018년) 지방선거 당선자의 당선 전후 학연, 지연, 직연을 분석한 이 논문에서 김 교수는 "경기고 출신, 방송통신대 혹은 서울대 출신, 고려대 혹은 중앙대 출신 세력이 학연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자원과 정보 전달, 중재적 역할을 담당하는 지배세력임을 알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대학교 학연은 방송통신대, 서울대, 중앙대의 영향력이 높았고 대학원 학연은 고려대, 중앙대, 한양대의 영향력이 높게 나타났다. 다만 해당 논문은 짧게는 6년, 길게는 30년 전 선거결과를 분석한 결과다. 지금의 여의도 생리와 다를 수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에서 학연의 영향력은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야 작동하고, 그나마 최근에는 상당히 줄었다고 지적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연줄이 영향력을 발휘할 때는 '내 이익에 반하지 않을 때'다. 같은 이익집단에 있다면 '이왕이면' 학연이 있는 이를 끌어주는 것"이라며 "집단 이익이 개인의 이익을 압도했던 예전에는 학연이 (정치권에) 영향을 끼칠 수 있었지만, 이해관계가 분화된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학연이 영향을 끼친다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도 "학연이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는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정치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중요한 만큼 그 이상의 역할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했다.

이 때문에 다음 달 '중앙대 시대'가 열린다고 해도, 지금의 여야 경색 국면을 풀기는 어려울 거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권성동 대행은 전당대회 컷오프 발표일인 28일에도 이재명 민주당 의원 부인인 김혜경씨 경기도청 법인카드 조사 참고인의 사망을 들추며 "이재명 의원이 떳떳하다면, 왜 극단적 선택이 끊이지 않는 것이냐"며 비판에 나섰다. 대선 전후 국민의힘 내 중앙대 출신 인사로 부각됐던 김철근 당대표 비서실장(경제학)은 이준석 대표 성 접대 증거인멸 교사 의혹으로 당 윤리위에서 당원권 정지 2년 징계를 받았다.

이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