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간) 미국 경제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며 기술적 의미의 경기침체(recession) 상태에 돌입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며 "경제가 침체 상태에 있지는 않다"고 밝힌 지 하루 만이다. 연속 분기 역성장이 현실화하면서, 경기침체 판단과 적절한 금리 인상 범위(9월 자이언트 스텝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미 상무부는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연율 -0.9%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1분기 성장률(-1.6%)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앞서 전문가 의견을 빌려 2분기 성장률을 0.5%로 전망했는데, 이에 훨씬 못 미치는 성장률이 나온 셈이다.
통상 2개 분기 연속 역성장을 경기침체로 보지만, 미국의 경우 공식적 경기침체 여부는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종합적인 경제 상황을 봐서 나중에 판단하게 된다. 이날 발표는 속보치로 향후 수정될 수 있다.
앞서 27일 파월 의장은 기준금리를 지난달에 이어 또다시 0.75%포인트 인상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 경기침체를 초래한다'는 시장의 공포를 진정시키는 데에 주력했다. 파월 의장은 "현재 미국이 경기침체 상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노동시장이 매우 강한데 경기침체에 진입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 같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다음 회의에서 이례적인 큰 폭의 금리 인상이 적절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을 한 번 더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노동시장은 극도로 경직돼 있고 물가상승률은 너무나 높다"면서 "향후 몇 달간 물가상승률이 내려간다는 강력한 증거를 찾을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이 꺾일 때까지 긴축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파월 의장은 "물가상승률은 지난 1년간 깜짝 상승했고, 추가적인 놀라움이 닥칠 수도 있다"며 "상당한 추가 긴축이 진행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장은 곧바로 이어진 파월 의장의 비둘기(통화 완화 선호)적 발언에 더 주목했다. 파월 의장은 "통화 정책 스탠스가 더욱 긴축적인 방향으로 가면서 (나중에는) 우리가 정책 조정이 경제와 물가에 미치는 누적 영향을 평가하는 동안 금리 인상의 속도를 늦추는 게 적절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언급이 나오자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상승폭을 늘렸고,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 위주로 구성된 나스닥 지수는 4.06% 폭등 마감했다.
다만 파월 의장의 진단 하루 만에 미국 경제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 성적표를 받으면서, 연준이 역성장 상황을 감수하면서도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릴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시장의 평가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