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한마디에, 당국 "불법 공매도 엄단"... 금지는 없어

입력
2022.07.2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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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공매도 뿌리뽑아라" 대통령  지시에
금융당국·대검 등 긴급 회동 후 대책 발표
개인투자자 공매도 담보비율 140%→120%
'공매도 전면금지' 요구엔 여전히 신중론

정부가 불법 공매도 사건에 대해 엄정하게 구형하고, 범죄 수익과 은닉 재산 박탈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루짜리 금지 조치인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요건을 대폭 완화하는 등 제도 개선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공매도를 둘러싼 불법행위를 반드시 뿌리뽑겠다는 각오로 대책을 수립하라”는 윤석열 대통령 지시에 따른 조치다.

기획조사 강화하고 필요시 '수사 패스트트랙'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신봉수 대검찰청 반부패ㆍ강력부장, 김근익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은 28일 오전 긴급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불법 공매도 적발·처벌 강화 및 제도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전날 윤 대통령이 대책 마련을 지시한 뒤 곧바로 관계기관이 모여 머리를 맞댄 것이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판 다음 일정 기간 뒤에 사서 갚는 투자 기법이다. 주가가 낮아질수록 얻는 수익이 커지는 구조라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주가를 끌어내리는 주범'으로 지목돼왔다.

정부는 우선 불법 공매도 적발과 처벌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불공정거래 개연성이 높은 부분 위주로 조사테마와 대상종목을 선정, 혐의점이 발견되는 즉시 기획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불법 공매도 모니터링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체계를 만들고, 거래소와 금감원의 불법 공매도 조사 및 전담 조직을 확대한다. 조사 초기에도 필요하면 바로 수사에 넘길 수 있다. 신봉수 반부패부장은 “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을 중심으로 패스트트랙(신속 이첩) 절차를 적극 활용해 적시에 수사로 전환하고 범죄수익도 박탈하겠다”고 밝혔다.

과열종목 지정 확대... '기울어진 운동장'도 조정

공매도 제도도 다듬기로 했다. 하루 동안 공매도가 금지되는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 기준을 공매도 비중이 30% 이상인 종목의 주가가 3% 이상 떨어지거나 공매도 금액이 2배만 늘어도 지정할 수 있도록 완화하기로 했다. 현재는 공매도 거래비중이 아무리 높아도 주가가 5% 이상 하락하거나 공매도 금액이 6배 이상 증가해야 지정할 수 있다. 또 정부는 공매도 금지일 주가가 5% 이상 하락하면 금지기간을 다음 날까지 자동으로 연장하는 장치도 마련했다.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에 비해 까다로웠던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문턱도 낮춘다. 현재 140%인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담보비율을 120%까지 낮춰 외국인·기관투자자(105% 적용)와 형평성을 제고하기로 했다. 전문 투자자 요건을 충족하는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상환 기간 제약 없는 대차 거래도 활성화한다. 외국인·기관에 대한 모니터링은 상대적으로 강화하고, 공매도를 목적으로 주식을 빌리고 대차 기간이 90일을 경과하면 금융당국에 보고토록 하는 의무 규정을 신설해 불법 공매도 점검 시 활용할 계획이다.

정부는 불법 공매도 적발·처벌 강화 조치는 즉시 시행하고, 규정 개정이 필요한 과제들도 연내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일부 개인투자자들이 주장하는 ‘공매도 전면 금지’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윤수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브리핑에서 "공매도 금지에 대해선 찬반 양론이 있고 시장 상황과 국제 기준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제도 자체의 존폐를 이야기할 시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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