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귀순 의사와 귀북 의사는 구별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북송 절차 위반 여부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어민들이 "북한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면 문재인 정부 당시 강제북송은 위법성이 있다는 데 검찰이 무게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중앙지검은 28일 언론을 상대로 한 '비공개 구두 브리핑(티타임)'을 재개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시행하며 티타임이 중단된 지 2년 8개월 만이다. 검찰은 사건 관계인의 인권보장과 국민 알 권리 조화를 위해 개정된 공보규정에 따라 티타임을 연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취재진의 질문이 쏠린 강제북송 사건을 주로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어민의 귀순 진정성에 관한 질문에 "귀순의 목적과 귀순 의사, 그리고 귀순 의사와 귀북 의사는 구별돼야 한다"고 답했다. 탈북 어민들의 귀순 목적이 범행 뒤 북한에서의 처벌을 피하기 위한 도피라 해도, 이들이 작성한 귀순 의향서에 귀순 의사를 밝혔다면 강제북송 대신 적법한 절차를 거쳤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한 어민들이 '귀북' 의사를 밝혔을 때 북송 사유가 되는 것이지 귀순의 진정성 여부는 무관하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북송의 위법 소지가 있느냐'는 물음엔 "헌법상 국민 기본권이 법률상 근거 없이 침해됐다면 위법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국정원 등에 따르면 탈북어민 신병 처리는 국가안보실의 '북한 선박, 인원이 우리 관할수역 내에서 발견 시 대응 매뉴얼'을 따라야 한다. 매뉴얼에는 중앙합동정보조사 결과를 토대로 △대공 혐의점이 없고 △'귀북 의사'를 표명한 경우에만 대북 송환이 가능하도록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어민들이 귀북 의사를 표명하지 않았다면 강제북송 조치는 위법으로 결론 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형사 관할권이 없다'는 문재인 정부 측 주장도 일축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재판 관할권과 관련한 법리적 문제는 없고 전례도 있다"며 "자백도 있었고 범행 현장인 선박도 확보돼 있었기에 과학수사 역량 등을 고려하면 충분히 유죄 선고를 받을 수 있었을 사건"이라고 밝혔다. 어민들이 법적으로 유죄가 확정되지 않았는데도, 흉악범으로 규정하고 북송한 것은 문제라고 시사한 셈이다.
검찰은 '북한 해외 공민증을 갖고 있는 사람은 외국인이란 입증이 없는 이상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강제퇴거할 수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례도 제시했다. 법무부도 당시 청와대의 법리검토 요청에 "비정치적 범죄자 등에 대한 국내입국 지원 의무는 없지만, 이미 입국한 경우 강제출국도 법적 근거가 없어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초청 친서 전달과 맞물려 당시 북송 조치를 '통치행위'라고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서도 검찰은 동의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북송 결정이 통치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다만 대법원은 긴급조치 관련 사건에서 '통치행위는 법치주의 원칙상 헌법과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고 판시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