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을 잃고 경찰 장악한들

입력
2022.07.2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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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법성 논란, 경찰 반발에도 경찰국 강행
불통과 독주에 민심 이반 심각하게 봐야
尹 여론 존중하고 국회는 경찰위 입법을


검찰개혁으로 권한이 비대해진 경찰에 통제가 불필요하다는 이는 없다. 하지만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주장처럼 행안부 장관의 지휘통제가 "청와대 민정수석을 통한 밀실·음성적 지휘통제"보다 나은 대안인지는 의문이다. 특히나 경찰 총경 모임을 “12·12 쿠데타”로 몰고, 파업 현장에 특공대 투입을 검토하고, 법이 최고 심의의결기구로 규정한 국가경찰위원회를 장관 자문기구로 축소해석하는, 대통령의 친한 후배, 이 장관의 통제라면 더욱 그렇다. 존 롤스에 기대자면 내가 어느 자리에 있든 상관없어야 괜찮은 제도다. 여야가 바뀐 상황이라면 국민의힘도 이 안을 믿지 않았을 것이다.

민정수석이든 장관이든, 경찰 인사권을 쥐고 수사에 영향력을 미칠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경찰위를 실질화해 민주적으로 통제할 것을 제안한다. 이름뿐인 경찰위를 총리실 산하로 격상시키고 중립적 위원회 구성이 가능토록 제도화하자는 것이다. 경찰도 이에 반대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은 “궤변”이라며 애써 묵살한다. 현 경찰위원장이 민변 출신이라 해서 “민변의 통제”라고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궤변이다. 경찰위의 실질적 경찰 감시는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지금 시도해야 할 과제이자 기회다. 국회 특히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 장관 탄핵만 운운할 게 아니라 경찰위 입법을 역사에 남겨야 한다. 경찰은 더 이상 정권의 수족이 되어서도, 검찰처럼 스스로 권력화해서도 안 된다.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은 경찰 장악의 위험성만 문제가 아니다. 법적 논란에 아랑곳없이 불통과 독선으로 질주한 절차 또한 심각한 문제다. 시행령으로 경찰국을 신설하는 것의 위법성 논란, 초유의 경찰 반발이 그냥 무시하고 억누르면 되는 일인가. 이석연 전 법제처장은 “정부조직법 개정 없이 시행령으로 경찰국을 신설하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쟁점을 면밀히 검토하는 대신 입법예고 기간을 40일에서 4일로 단축해 26일 국무회의에서 전격 통과시켰다. 검사들의 검수완박 반대에 동조하고 권한쟁의심판까지 낸 윤석열 정부라면 경찰의 의견 또한 폭넓게 수렴하고 반영해야 마땅할 텐데 그들에게는 대기발령과 징계 압박을 돌려주었다.

특히 이 장관의 좌고우면 없는 일방 충성은 현 정권의 독주를 뚜렷이 각인시키고 있다. 총경 모임 후 윤 대통령이 “행안부와 경찰청에서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운을 떼자 이 장관은 “형사처벌”로 직진했다. 나아가 반발의 배후로 ‘특정 세력’을 지목하고 “경찰대 졸업 후 경위로 출발하는 건 불공정하다”며 경찰대 개혁 내지 폐지를 시사했다. 경찰에서 엘리트를 지우고 순치시키겠다는 의도가 아닌가.

윤 대통령은 불통과 강행을 '정면돌파’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국정수행 부정평가가 70% 가까이 오른 이유를 따져봐야 한다. 우리 국민은 선을 넘어 권한을 휘두르는 정권을 참아주지 않는다. 탄핵 촛불집회 때 발견한 놀라운 사실 중 하나는 집회에 나온 이유로 국정교과서 강행을 꼽는 시민들이 더러 있었던 점이었다. 편향성 논란과 별개로 학계와 국민 절대다수가 반대하던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박근혜 정부가 찬성 의견을 조작·동원하면서까지 밀어붙인 일을 마음 깊이 새겨두고 있었던 것이다. 검수완박 사례는 멀리 갈 것도 없다. 검찰개혁에 공감하던 중도층조차 민주당이 의견 수렴을 건너뛰고 위장 탈당 등 꼼수를 동원하는 것에 등을 돌렸고, 지방선거 대패에 한몫했다. 현 정권에 이미 불통과 독선의 이미지가 강화된 것은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검경을 손에 쥐어도 국민의 마음을 잃고서는 윤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을 것이다.



김희원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