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미중 관세 전쟁 격화… ‘20% 상향’ 美 폭격에 中 다시 맞불
세계 양대 경제권인 미국과 중국 간 ‘관세 전쟁’이 또다시 전면전으로 비화했다. 대(對)중국 추가 부과 관세 세율을 20%로 급격히 끌어올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격’에 중국이 지지 않고 미국 농산물을 겨냥한 ‘맞불 관세’로 재차 대응한 것이다. 이와 함께 캐나다·멕시코를 상대로 예고됐던 ‘25% 보편 관세’도 시행에 들어가는 등 트럼프발(發) 무차별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 멕시코·캐나다에 각각 부과한 신규 관세는 4일 0시 1분(미국 동부시간)을 기해 예정대로 발효됐다. 중국산 수입품 추가 관세는 지난달 4일 부과된 10%에 10%가 더해져 총 20%로 뛰었고, 멕시코·캐나다산에는 25% 관세가 새로 붙게 됐다. 3일 트럼프가 중국산 수입품 추가 관세율을 10%에서 20%로 상향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한 달간 유예했던 대캐나다·멕시코 관세 행정명령 시행은 더 미루지 않은 결과다. 트럼프는 이날 “펜타닐 등 합성마약의 지속적인 미국 유입을 막는 조치를 중국 정부가 취하지 않아 미국의 국가 안보와 외교 정책, 경제에 이례적이고 특별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초 1차 10% 추가 관세 부과 때 명분으로 거론한 중국의 펜타닐 원료 수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중국은 거세게 반발했다. 4일 오전(한국시간) 상무부 대변인 담화문을 통해 “중국은 세계에서 마약 금지 정책이 가장 엄격하고 집행이 가장 철저한 국가 가운데 하나”라며 “미국이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오후에는 미국 농축산물에 10~15% 보복 관세를 매기고 일부 미국 기업에 전략 물품 수출 통제 제재를 가하겠다며 ‘표적 대응’에도 나섰다. 지난달 10일 △미국산 석탄·액화천연가스(LNG)에 15% △원유·농기계·대배기량 자동차·픽업트럭에 10% 등 추가 관세를 물리고, 텅스텐 등 핵심 광물을 대상으로 수출 통제를 시행하는 식으로 보복했던 것과 마찬가지다. 문제는 트럼프 집권 1기 때에 이어 제2차 미중 무역 전쟁 발발 가능성이다. 중국 수입품에 적용되는 미국 관세 세율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뒤 평균 25%에서 45%로 껑충 뛰었다. 트럼프가 지난해 대선 유세 때 공약했던 ‘60% 이상’에 근접해 가고 있다. 다만 2018년 7월 발발해 2020년 1월에야 휴전이 성사된 미중 1차 무역 전쟁과는 달리, 이번에는 중국이 대응 수위를 조절하며 확전을 자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이 미국 농산물 최대 수입국이기는 하지만, 미 농업 부문도 1차 전쟁 때 교훈을 얻고 어느 정도 대비했으리라는 게 전문가들 예상이다. 더 아슬아슬한 곳은 북미다. 지금껏 북미 3국은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에 따라 대부분 상품이 사실상 관세 없이 국경을 넘었다. 당초 트럼프는 불법 이민자와 마약 유입을 이유로 지난달 4일부터 멕시코·캐나다에 25% 관세를 부과하려다 두 나라가 국경 안보 강화 협력을 약속하자 시행을 한 달 미뤘다. 하지만 마약 차단에 진전이 없다고 불평하더니 결국 부과를 강행했다. 당장 보복에 나선 곳은 캐나다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3일 성명에서 향후 3주 안에 총 1,550억 캐나다달러(약 155조 원) 규모의 미국 수입품에 보복 관세를 물리겠다고 밝혔다. 시나리오별 대응을 예고한 멕시코는 즉각 구체적 조치를 취하진 않았으나, 트럼프 1기 때처럼 맞불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있다. 동맹도 예외 없는 트럼프발 무차별 관세 전쟁은 이제 시작이다. 일단 부과 대상 품목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12일부터 철강·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매긴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 방침이다. 자동차·반도체·의약품 등에 대한 관세를 이달 중 발표하기로 했고, 국가 안보 영향 조사 품목인 외국산 구리 및 목재도 관세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 다음 달 2일엔 상호 관세(상대국 관세 수준에 맞춰 자국 관세 조정)와 수입 농산물 대상 관세가 발표된다. 멕시코·캐나다에 이어 유럽연합(EU)에 대한 25% 관세도 곧 발표하겠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 예고다. 미국의 멕시코·캐나다 25% 관세 부과 강행 여파로 이날 미국 뉴욕 증시 주요 지수는 급락했다. 상당수 전문가는 관세가 미국에 부메랑으로 돌아와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침체)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