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칩4 가입? 긍정적 측면 봐야...중국 주도 협정도 갈 수 있어"

입력
2022.07.28 11:30
한덕수 국무총리 
"반도체 공급망 해결하면 어떤 국가 주도하든 가입" 
"금리 대책은 감세...대기업보다 중소기업 혜택 많아"  "부동산 값 당장 급락하지 않을 듯"

윤석열 정부 첫 대정부질문을 끝낸 한덕수 국무총리가 28일 이른바 미국 중심의 반도체 동맹, 이른바 '칩4(한국·미국·일본·대만) 동맹'에 우리나라가 가입하는 것에 대해 "어느 국가가 추진하는 협의체든 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칩4 동맹에 대해) 정확한 내용이 안 나와 있다는 건 협력을 강화하자는 원칙적인 얘기"라며 "우리 필요성에 따라 룰을 만들 수 있는 긍정적 차원을 보는 게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한 총리는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칩4 동맹 가입과 관련한 우리 정부 입장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한 총리는 우선 칩4 동맹에 대해 "결국 4개국 간 협력을 강화해보자는 것"이라며 "서로 정보도 교환하고 세계 시장도 모니터링하고 해서 결국 반도체에 있어서의 소위 '글로벌 서플라이체인(국제 공급망)'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어떻게 해나갈 것이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칩4 동맹이 중국 배제를 위한 다자 협의체로 평가받는 데 대해 "그건 아니라고 본다"며 "그런 기구임에 틀림이 없다고 생각했던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협의체)도 지금까지 한 것은 결국 백신 같은 조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같은 것도 처음에는 어느 국가를 배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그 국가(중국)가 지금 들어가겠다고 원서를 내놓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외교가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칩4 동맹의 실무자급 회의 참석 여부를 다음 달 말까지 알려달라고 우리 정부에 요청한 상태다. 미국은 한국, 대만, 일본 등 4개국 반도체 협력 확대를 위한 '칩4 동맹'과 관련한 실무자급 회의를 하자고 제안했는데, 일본과 대만은 회의 참석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수출의 절반 이상이 중국‧홍콩이라는 현실을 감안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칩4 동맹이 중국을 배제한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위한 협의체로 비치는 까닭이다.

한 총리는 칩4 동맹에 대해 "(한국) 반도체가 세계의 유수"라며 "그런 데 들어가면 우리가 정보도 얻을 수 있고 룰(규칙)이 생기게 되면 우리의 필요성에 따라서 룰을 만들 수도 있고 또 결국 우리와 다른 나라 간의 협력도 강화할 수도 있고 하는 긍정적인 차원의 것을 많이 보는 게 필요한 것 아니냐 본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역설적으로는 저는 대한민국이 현재와 같은 10위의 경제 대국이고 첨단산업에 있어서 아주 대단한 실력을 갖춘 국가라면 그 어떤 국제적인 협정과 조직이라 하더라도 우리의 원칙을 가지고 다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어느 국가가 추진하든 그거는 (들어가야 한다)"이라고 거듭 밝혔다.

한 총리는 또 "A라는 국가가 주도한 것도 우리는 들어갈 수 있고 또 B라는 국가가 주도한 것도 우리가 들어가야 한다"면서 '중국이 주도하는 협의체에도 들어가야 하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대한민국은 들어갈 수 있다"고 답했다.

"법인세 감세...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혜택 더 가"

한 총리는 윤석열 정부의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등 감세 정책에 대해 "(야당과) 철학 차이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번 세제 개혁은 중소기업에 대한 배려가 굉장히 많다"고 강조했다. 이어 "절대적 감세 규모는 대기업이 세금을 많이 내고 있기 때문에 크겠지만, 지금 내는 것에서 감세되는 비율은 중소기업이 훨씬 높다"며 "경제가 지속가능하려면 사회적 약자, 중소기업이 잘 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저희(윤석열 정부)는 기본적으로 경제가 잘되려면 또 지속 가능하려면 사회적인 약자, 중소기업이 잘되지 않으면 안 된다 하는 데 대한 확실한 철학을 갖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금리 인상 때문에 경제가 너무 충격을 받아 (금융 취약계층이) 재생 못하면 절대로 안 된다. 효과를 내게 하기 위해 감세 조치를 같이 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금리 급등에 서민 경제 타격이 우려되는 데 대해서는 "늘어날 수 있는 상환 불능 상태에 미리 대응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만들고 있다"며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하는 회의로 일주일에 한 번, 두 번씩 만나서 금융시장의 전체적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 계속 대책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금리 인상이 부동산 시장에 줄 영향에 대해서는 "당장 급락할 것 같지는 않다. 금융 시스템에 큰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한 총리는 "그동안 부동산 가격이 너무 올랐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안정화될 필요가 있다"며 "2030 청년세대를 위해 거품이 낀 부동산 시장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차원에서 조금 더 안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 총리는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대한 경찰 반발과 관련해 "경찰을 통제하기 위한 조직이 전혀 아니다"라며 "전체적인 경찰 행정을 좀 더 잘할 수 있고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하나의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경제인 특별사면과 관련해서는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결정하실 사안"이라면서 "사면을 통해 (경제인들이) 좀 더 국제적으로 활발하게 뛸 수 있도록 해주는 차원에서 건의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