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 끝없는 전투

입력
2022.07.2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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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변상일 9단 백 최정 9단 패자조 1회전 <2>




변상일 9단과 최정 9단은 이번이 다섯 번째 대결. 앞선 네 차례의 대국에선 변상일 9단이 모두 승리했다. 최정 9단의 최대 강점이 전투시 수읽기가 뛰어난 것인데, 변상일 9단은 자타 공인 명실상부한 ‘싸움 바둑의 대가’다. 이런 스타일 상성이 최정 9단의 반면(盤面) 운영을 어렵게 만드는 것일지 모른다.

변상일 9단은 흑1로 상변을 차지. 흑5 자리의 절단을 노린다. 이에 최정 9단은 백2, 4로 좌상귀 약점을 보강하는 모습. 흑9로 우변을 밀어 오자 최정 9단은 생각에 잠긴다. 3도 백1의 한 칸 뜀이 냉정한 정수. 흑12까지 평탄한 중반전이 예상된다. 그러나 전투를 지향하는 최정 9단에게 백1은 기백 없는 수로 느껴진다. 결국 실전 백10을 통해 흑11의 끊김이 놓이며 전투가 벌어진다.

흑21까진 어느 정도 예상된 진행. 백24의 차단이 최정 9단의 노림수였다. 변상일 9단이 흑25로 중앙에 진출하자 최정 9단 역시 백28, 30으로 상변을 돌파한다. 이 수 역시 차분한 기풍의 기사였다면 4도 백1로 한 점을 따낸 후, 백3, 5로 우변을 정비할 만한 장면. 그러나 전투 성향의 두 기사에게 이런 수는 한 발 물러난 것으로 느껴지는 수다. 실전 흑31이 놓이자 최정 9단은 백32, 34로 우변을 간단히 선수 처리한 후 백36, 38로 재차 흑을 끊어간다. 변상일 9단 역시 흑39로 우변을 선제공격하며 물러서지 않는 모습. 끝없는 전투의 향연이다.

정두호 프로 4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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