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을 맑게 해주는 연꽃 향기

입력
2022.08.0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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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천둥·번개 소리와 함께 세차게 내리던 비가 서서히 그쳤다. 고요한 산사에 아침이 밝아오자 연못 속 연꽃 봉오리들이 하나둘 고개를 내민다. 비가 내린 직후에 감도는 청량한 공기. 대기 중으로 은은하게 연꽃 향이 번지자 오랜만에 정신이 맑아진다.

경기 남양주시 국립수목원 옆에 위치한 봉선사에는 제철을 맞은 연꽃이 만개하면서 사찰 전체가 연꽃 향에 취했다. 연꽃을 보고 있노라면 불교 신자가 아니어도 사자성어인 ‘염화미소(拈華微笑)’가 절로 떠오를 것이다. 염화미소란 부처님이 수많은 중생을 대상으로 설법하던 중 한 손에 연꽃을 들자 제자인 가섭만이 그 뜻을 깨닫고 미소를 지었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즉 서로의 마음이 통했다는 ‘이심전심’과 같은 의미로 쓰인다.

불교에서 연꽃은 꽃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비록 진흙탕에서 피어나지만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오히려 향기로 사방을 가득 채운다. 또한 아무리 많은 비가 쏟아져도 꽃잎에는 한 방울의 물도 스며들지 않으며, 줄기는 부드럽고 유연해 거센 바람이 불어도 부러지지 않는다. 그래서 불자들은 연꽃이 속세의 욕망과 더러움을 정화해 준다고 믿는다. 어디선가 연꽃을 향해 벌 한 마리가 날아왔다. 세상 구경을 하고 돌아온 벌이 속세의 때를 벗으려는 것일까.

왕태석 선임기자